외교부가 17일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 발언 논란을 진화하느라 온종일 진땀을 흘렸다. 이란 정부가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외교적으로 부적절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공개적으로 드러내자 한·이란 관계에 미칠 파장을 우려, 급히 해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보도된 발언은 UAE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우리 장병들에게 최선을 다해 달라는 취지로, 격려 차원의 말씀이었다”며 “개별 국가와의 외교 관계는 별개이고, 우리 대통령께서 이란과의 관계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란과의 관계 발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부연했다. 임 대변인은 ‘이란과 외교적인 문제가 불거지면 어떻게 대응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우리 정부는 서울과 테헤란, 양측의 외교채널을 통해서 이란 측에 우리 입장을 명확하게 설명했다”며 “이란도 우리의 발언의 취지를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앞서 UAE를 국빈 방문한 윤 대통령은 15일 오후(현지 시간)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를 찾아 장병을 격려하면서 “여기가 바로 여러분들의 조국”이라며 “우리의 형제 국가인 UAE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며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덧붙였는데, 이를 두고 야권과 외교가에서는 한·이란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이라며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이에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 “현지에서 UAE의 평화와 안전에 기여하는 아크부대 장병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하신 말씀”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도 “현재 한·이란 양자관계와는 무관하다”면서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의 말씀이었다. UAE가 당면한 엄중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에서 하신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설명이 있은 직후 이란 외무부가 불편한 심기를 대놓고 드러내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란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나세르 카나디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6일(현지 시간) ‘주변국이자 우방인 이란과 UAE의 관계에 대한 윤 대통령의 최근 간섭 발언을 평가하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하며, 윤 대통령 발언이 UAE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과 이란의 역사적이고 우호적인 유대 관계, 이런 면에서 급속하게 일어나고 있는 긍정적인 발전을 전적으로 모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카나디 대변인은 또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외교적으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도 지적한 뒤 이번 사안에 대한 한국 정부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후 외교부는 출입기자단에 문자 메시지를 배포하고 “이란과의 관계 등 국가간의 관계와는 무관한 바, 불필요하게 확대해석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이란에 대해서는 서울과 테헤란에 있는 외교채널을 통해서 우리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고 이란 측도 어느 정도 (한국 정부의 진의를)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한국과 이란이 외교채널로 주고받은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는데, “(이란으로부터) 항의가 들어왔다기보다 서로 소통하고 있다” “충분히 서로 소통하고 이란 측도 우리 진의와 배경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답변만 거듭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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