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가 18일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 발언에 대해 “한국 정부 설명을 기다린다”는 입장을 또 한 번 밝혔다. 한국 정부는 논란이 불거진 직후 외교 채널을 통해 이란에 진의를 전달했다고 밝혔지만, 이란이 한국 정부 설명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주한이란대사관 공공외교담당관은 이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이 사안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대사관은 “이란은 페르시아만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가진 국가로 언제나 이 지역 국가들과의 공동의 노력과 협력을 통해 지역의 안정과 안보, 그리고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에 따라, 이란은 UAE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지역 국가들과의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역사적이고 우호적이며, 전방위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최근 몇 달 동안에도 이 지역 국가들과의 우호적인 관계 발전, 특히 이란의 두 번째 경제 교역 상대국인 UAE와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사관은 “이란은 대한민국 공식 채널, 특히 외교부를 통해 이란과 UAE 관계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이 사안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피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UAE를 국빈 방문 중이던 15일(현지 시간) 현지에 파병 중인 아크부대를 찾아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며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말했다. 이후 야권과 외교가에서는 한·이란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이라며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동시에 내놨다.
실제로 이란 외무부는 “외교적으로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나세르 카나디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6일(현지 시간) ‘주변국이자 우방인 이란과 UAE의 관계에 대한 윤 대통령의 최근 간섭 발언을 평가하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뒤, 윤 대통령 발언이 UAE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과 이란의 역사적이고 우호적인 유대 관계, 이런 면에서 급속하게 일어나고 있는 긍정적인 발전을 전적으로 모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에 대한 한국 정부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외교부는 “현지에서 UAE의 평화와 안전에 기여하는 아크부대 장병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하신 말씀”이라며 급히 진화에 나섰다. 특히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란에 대해서는 서울과 테헤란에 있는 외교채널을 통해서 우리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고 이란 측도 어느 정도 (한국 정부의 진의를)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설명에도 이란 정부가 한국 정부 설명을 기다린다는 입장을 재차 밝혀, 윤 대통령 발언에서 비롯한 양국 사이 외교적 파장은 잦아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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