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의혹에 휩싸인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명문 유벤투스 구단이 올 시즌 승점 15가 깎이는 중징계를 받았다. 리그 3위에서 10위까지 추락하게 돼 사실상 우승은 물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진출 가능성도 크게 떨어졌다.
A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축구연맹(FIGC)은 20일(현지 시간) 승점 15 삭감과 함께 구단 전·현직 수뇌부에 짧게는 8개월부터 길게는 2년 6개월에 이르는 활동 정지 징계를 내렸다.
파비오 파라티치 전 단장이 가장 긴 2년 6개월, 안드레아 아녤리 전 회장은 2년, 파벨 네드베드 전 부회장은 8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페데리코 케루비니 현 단장도 1년 4개월간 축구와 관련된 활동이 금지된다. 이는 FIGC의 주세페 끼네 검사가 징계를 요청한 지 하루도 안 돼 나온 연맹 차원의 결정이다. 승점 삭감 폭, 활동 정지 기간 모두 그가 제시한 수준보다 강해졌다. 앞서 끼네 검사는 승점 9 감점과 아녤리 전 회장에게 1년 4개월, 파라티치 전 단장에게 1년 8개월 10일 등의 활동 정지 징계를 요청했다.
유벤투스 구단은 회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적료를 과다 책정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13년간 유벤투스의 황금기를 이끈 아녤리 전 회장은 분식회계 혐의로 지난해 11월 네드네드 부회장 등 나머지 이사진 전원과 함께 불명예 사퇴했다.
유벤투스는 FIGC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단은 구체적 징계 사유가 공개되는 대로 자국 스포츠 관련 분쟁에서 최고 심급인 이탈리아올림픽위원회(CONI) 산하 스포츠보장위원회에서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리그 18경기에서 11승 4무 3패로 거둔 유벤투스는 본래 승점 37을 쌓아 3위에 자리해 있다. 김민재가 뛰는 나폴리(승점 47)가 일찌감치 선두를 질주하는 가운데 유벤투스는 AC 밀란(승점 38), 인터 밀란(승점 37)과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이는 중이었다. 시즌 종료까지 20경기가 남은 현재 징계에 따라 승점이 22로 떨어진다면 우승 경쟁은 사실상 멀어진다. 다음 시즌 UCL 진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UCL행의 마지노선인 4위 라치오, 아탈란타, AS 로마(이상 승점 34)가 경쟁 중인데 징계를 받은 유벤투스보다 승점 12가 높다.
유벤투스를 향한 칼날은 더 남아 있다. 토리노 검찰은 유벤투스가 2018~2019시즌부터 2020~2021시즌까지 3시즌 동안 손실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아녤리 전 회장과 다른 11명의 이사진, 유벤투스 구단을 재판에 회부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유벤투스 구단과 전 이사회 멤버들이 정식 재판을 받게 될지 여부는 오는 3월 예비심문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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