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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장님을 잠금해제' 채종협의 이유 있는 성장

'사장님을 잠금해제' 채종협 /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채종협은 언제나 고민하고, 자신을 의심하는 걸 원동력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배우다. 이런 발판이 있었기에 그는 조연에서 주연으로 빠른 시간에 성장할 수 있었다. '사장님을 잠금해제'는 그가 전면에 나서 이끌어야 했던 작품.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다음을 향해 갈 수 있는 발판이 됐다.

ENA 수목드라마 '사장님을 잠금해제'(극본 김형민/연출 이철하)는 수상한 사건에 휘말려 스마트폰에 갇힌 사장(박성웅)과 그 스마트폰을 줍고 인생이 뒤바뀐 취준생(채종협)의 하이브리드 공조를 다룬다. 채종협이 연기한 박인성은 도덕책 64페이지에서 배운 적 있는 성선설 같은 청년이다. 한때 배우 지망생이었으나, 아버지의 지지가 끝나면서 꿈을 접었다. 이후 힘겨운 취준생 생활을 이어가던 중 동네 뒷산에서 스마트폰을 주우면서 하루아침에 실버라이닝의 사장이 된다.

"감독님에게 '박인성 역할로 해줬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아무래도 제가 전작 '스토브리그'에서 순박하고 할머니밖에 모르는 야구 청년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게 연기밖에 모르고 진실만 쫓으며 불의를 보면 못 참는, 1차원적인 박인성의 이미지와 맞았나 봐요."

'사장님을 잠금해제' 스틸 / 사진=ENA


'사장님을 잠금해제'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공교롭게도 채종협은 작품을 제안받기 전부터 원작 웹툰을 즐겨 봤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특이한 썸네일의 원작 웹툰에 끌렸고, 술술 넘어가는 이야기에 매료됐다. 허구의 코미디 자체가 그를 사로잡은 것이다.

"대본을 봤는데, 원작과 달리 현실적이 부분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더 끌렸습니다. 동시에 '내가 박인성을 연기했을 때 매력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그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고 싶어서 촬영하게 된 거죠."

채종협이 본 박인성은 이름에서 느껴질 수 있듯이 인성이 바른 인물이다. 시골에서 나고 자랐고, 연기만 바라보는 그는 순수함 그 자체다. 취준생이라는 신분이지만, 주변에 없을 것 같은 취준생. 그러나 내 주변에 있을 것 같은 보편성도 지녀야 됐다.

"취준생이라고 하면 눈치가 빠르고, 그래서 남들보다 빠르게 움직이잖아요. 취준생 중에 취업을 위해 치열하게 사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제 않은 사람도 있어요. 박인성은 그 중간에 선 인물이라고 볼 수 있죠. 현실에 없을 것 같은, 동화 같은 인물이에요. 때로는 바보처럼 보이고 어리숙해 보일 수 있어요. 그런데 진심은 언젠가 통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죠."

"제 실제 성격이랑은 조금 달라요. 저는 박인성처럼 오지랖을 부리진 않거든요. 불의를 보면 참지 않지만, 나설 데 안 나설 데 가리는 편이죠. 바보처럼 실실거리고 웃고 다니지도 않아요. 다만 성품, 진심, 진실을 쫓는 마음가짐은 많이 비슷해요. 연기를 대할 때 진실한 마음이요."



박인성은 스마트폰 안에 들어간 실버라이닝 사장 김선주(박성웅)를 대신해 실버라이닝의 사장이 된다. 한 쪽 귀에 이어폰을 끼고, 김선주의 지시를 받으면서 그가 시키는 대로 연기하는 것이다. 배우를 꿈꿨던 박인성에게 역할 놀이 같은 셈이다. 이렇게 작품의 특성상 스마트폰에 대고 연기하는 장면이 많은 만큼, 톤 조절이 중요했다. 상대방의 호흡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연기가 아닌, 상상의 상대와 호흡을 맞춰야 되는 것이다.

"제가 먼저 찍으면, 그걸 보고 박성웅 선배님이 후반 녹음을 하는 방식으로 촬영했어요. 당연히 걱정이 앞섰죠. 촬영할 때마다 감독님께 '이렇게 하는 게 실례가 되지 않을까요?'라고 물어봤거든요. 조심스러웠는데, 감독님이 '박성웅은 그만큼의 경력과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맞춰줄 것'이라고 용기를 주셨어요. 이후부터 편해졌죠."



"아쉬움은 남아요. 박성웅 선배님이 녹음한 건 저도 본 방송을 보고 알게 되잖아요. 박성웅 선배님이 저렇게 하셨는데, 내가 다르게 했다면 신이 더 살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도 역시나 박성웅 선배님 덕분에 신이 살더라고요. 감사한 마음이 들었죠."



아쉬움은 남지만, 성장한 부분도 있었다. 채종협은 '사장님을 잠금해제'를 통해 처음으로 원톱 주연을 맡았고, 12부작의 중심을 잡으며 이끄는 데 성공했다. 드라마를 찍기 전까지만 해도 부담감이 있었지만, 끝내고 난 지금은 좋은 발판으로 남는다.

"스스로 '내가 이끌 수 있을까?'라고 물었어요. 그리고 그 답을 내리기 위해 매 순간 집중하면서 노력했고요.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디테일하게 장면을 살려서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까 싶었죠. 방송을 보니 어느 정도 답을 내릴 수 있겠다는 점에서 성장했다고 느껴요. 미약하게나마, 그래도 작품의 흐름이 끊기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2019년 데뷔한 채종협은 '스토브리그', '시지프스', '알고있지만'에서 조연을 거쳐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로 주연에 안착했고, '사장님을 잠금해제'로 작품을 이끄는 주연이 됐다. 그야말로 빠른 성장 속도다. 그는 데뷔작인 웹드라마까지 돌아보면서 공부하고 있다.

"당시 제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기억이 어렴풋이 나요. 보면서 '이런 시절이 있었지, 지금 다시 하면 이렇게 되겠네'라는 생각을 해요. 지금 보면 다른 느낌이 나는 거죠. 맨날 찾아보는 정도는 아니에요. 웹드라마는 핸드폰에 저장해 놓은 모니터링 동영상으로 봅니다."

"이렇게 과거 영상을 보면, '그래도 이제 말을 하네, 움직이려고 하네'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느 정도 가지치기가 된 것 같아요. 연기에는 답이 없다고 하는데, 저는 스스로 훈계하는 편이죠. 지금은 너무 틀에 박힌 연기를 하는 걸 고치고 싶어요. 오히려 연기를 몰랐을 때는 자유분방하게 했는데, 지금은 다듬어진 느낌이더라고요. 뭔가를 시도하려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제가 지금 연기를 잘하지 않는 것 같은데 틀부터 만들어진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데뷔 초, 배우로서 세웠던 목표는 어는 정도 달성했다. 대본 리딩을 할 때 뒷자리에 앉았던 채종협은 테이블에 앉아서 대본 리딩을 하는 걸 목표로 삼았는데, 이룬 것이다. 이후에는 포스터에 이름을 올리는 걸 목표로 삼았고, 또 감독님 옆에 앉는 걸 목표로 세웠다. 모두 이룬 그는 이제 새로운 지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제 목표는 배우가 제 이름 앞에 붙는 게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는 거예요. 배우라는 수식어는 아직도 어려워요. 어디 가서 배우라고 소개하는 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그냥 '연기하는 채종협입니다' 정도로만 얘기해요. 언젠가 배우라는 이름 앞에 떳떳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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