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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점국립대 '서울대급'으로 육성…수도권 교육 독점 해소해야

[2023 신년기획-尹정부 2년차, 4대개혁 적기다]

2부 교육이 국가 미래다 <2> 대학 '인구절벽' 직격탄-지역대 활성화 해법

'글로컬 대학'선정 유력한 거점국립대

집중 투자통해 교육·연구 질 제고 필요

학과 개편·정원 축소 등 혁신 병행도

중소사립대는 지역맞춤 특성화 유도를


정부가 2027년까지 지역 발전을 선도하고 세계적 수준의 특화 분야를 갖춘 ‘글로컬 대학’ 30곳을 지정해 학교당 1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지역 거점 국립대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규모나 인프라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여타 지역 대학에 비해 경쟁력을 갖춘 거점 국립대가 대부분 글로컬 대학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지역 명문대로 자리매김했으나 2000년대 들어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위상이 급전직하한 거점 국립대들이 글로컬 대학에 선정돼 집중 투자를 받게 되면 교육·연구 여건을 획기적으로 높여 우수 인재 양성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거점 국립대를 비롯한 글로컬 대학에 대한 투자 확대로 교육·연구의 질을 높이되 이들 대학의 규모를 축소해 지역 대학 간 ‘제로섬게임’을 막고 경쟁력을 갖춘 중소 규모 국공립대와 사립대에 대한 지원을 병행해 균형 잡힌 대학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일 경북 구미 금오공대에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 계획과 글로컬 대학 사업을 브리핑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5일 대학가에 따르면 교육부는 다음 달 글로컬 대학 사업 기본 계획을 발표하고 대학들의 신청을 받아 상반기 중 10곳을 선정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매년 5개교씩 선정해 2027년에 비수도권 지역에 총 30개의 글로컬 대학을 운영할 방침이다. 이들 대학에는 매년 200억 원씩 총 1000억 원이 지원된다. 이는 역대 대학 재정 지원 사업 중 최대 규모다. 이에 따라 지역 대학들은 글로컬 대학 사업 지원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컬 대학에는 9개의 거점 국립대가 대부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지표에서 지역 내 타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교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대학 서열화 완화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인적·물적 인프라를 갖춘 거점 국립대에 대한 투자 확대 요구가 컸음에도 한정된 고등교육 예산으로 인해 답보 상태였다. 2021년 거점 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의 연구 중심 대학으로 육성하기 위해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가 제안돼 큰 호응을 얻었으나 현실화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컬 대학 사업이 차선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서울대에 지원된 정부 출연금은 5123억 원인 데 반해 9개 거점 국립대의 평균 출연금은 1790억 원이다. 서울대 수준의 출연금을 거점 국립대에 지원하려면 연간 2조~3조 원이 추가로 필요하지만 이는 교육부가 전체 지방대를 지원하기 위해 지자체로 이관하려는 예산 규모에 해당하는 만큼 불가능하다. 한 거점 국립대 총장은 “서울대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면서 “글로컬 대학 사업에다 국회에 계류 중인 국립대학법이 통과돼 지원이 늘어나는 수준으로도 거점 국립대 발전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지역 대학 생태계가 다시 짜여지더라도 글로컬 대학으로 지나치게 정부 지원이 쏠리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 4년제 일반 대학이 150개 안팎인 상황에서 30곳을 선정해 집중 지원할 경우 나머지 대학들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신입생 충원난이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 지역의 한 국립대 총장은 “정부로서는 고등교육 예산을 확충했다는 이유로 할 말이 있겠지만 글로컬 대학 사업으로 인해 지역 대학 간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며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지만 방식이 예전에 비해 더 가혹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글로컬 대학에 선정된 대학의 경우 정원 감축과 학과 개편 등 과감한 구조 개혁을 실시해 지역 대학 생태계 파괴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해우 동아대 총장은 “거점 국립대를 비롯해 지역 종합대학은 학과 편제가 80~90% 비슷하다”면서 “백화점식 운영을 지양하고 지역 산업과 연계한 특성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하철 목포대 총장도 “사립대에 비해 재정 상황이 낫지만 학령인구 감소에 발맞춰 올해 정원을 100명가량 줄였다”며 “수요자 중심으로 학사 제도를 개편하는 등 큰 변화를 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도 교육과정·연구개발 전면 개편, 대규모 구조 개혁과 정원 조정, 대학 간 통합과 학문 간 융합 등을 글로컬 대학으로 선정될 수 있는 혁신 모델로 제시한 상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과감한 변화를 제안하고 구성원들이 자기희생을 감수한다는 증거가 있을 때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글로컬 대학 사업에서 탈락하는 대학들은 지역 산업과 연계한 특성화를 꾀하는 ‘강소 대학’으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2000년대 들어 학령인구 감소로 미충원 사태가 발생하면서 대학 위기가 심화했으나 정원 감축과 정부 재정 지원 확대가 이뤄지면서 오히려 대학 수가 100개 이상 늘었다. 917곳의 대학 중 절반가량이 입학 정원 500명 미만의 소규모이고 보건·의료·복지 등에 특화된 대학이 많다. 교육부는 지방 사립대가 지역의 발전 계획과 연계해 특성화할 수 있도록 올해 ‘지방대학 활성화 사업’을 신설해 2500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과 기업 간 인재 미스매치가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산업계와 사회가 필요한 인재를 제때 필요한 만큼 충분히 양성할 수 있도록 지역 대학에도 계약학과를 늘리는 등 목적형 대학으로 특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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