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전쟁 준비 태세 완비’를 천명했다. 김 위원장은 핵미사일 전담 조직으로 보이는 ‘미싸일총국’도 새로 공개했는데 이를 통해 대남·대미 위협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곧이어 인민군 창건일(건군절·8일) 75주년을 기념한 대규모 열병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광명성절·16일), 한미 간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이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어서 한반도의 긴장 수위는 계속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7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4차 확대회의가 전날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이번 회의에서 조성된 정세에 대처해 인민군대에 작전 전투 훈련을 부단히 확대 강화하고 전쟁 준비 태세를 보다 엄격히 완비하는 문제 등을 토의·결정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회의를 주재하면서 지난해 12월 31일 600㎜ 방사포 증정식 연설 이후 36일 만에 공개 석상에 나타났다. 특히 김 위원장은 건군절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불과 이틀 앞둔 시점에 공개 활동을 재개해 눈길을 끌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한의 최대 고민은 올해 군사 도발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하느냐”라며 “이번 회의는 8일 건군절을 앞두고 2023년도 대남·대미 도발 방향과 기본 방침을 확정하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증명하듯 김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서 미사일총국을 새로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확대회의 사진을 보면 회의 석상에 앉은 김 위원장 뒤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미싸일총국’이라는 글자와 마크가 새겨진 깃발이 서 있다. 해당 조직에 대해 북한 매체가 보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핵탄두 탑재 미사일 등 각종 탄도미사일의 생산 및 관리 등을 전담하는 조직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과거 군수공업부 내에 있던 로케트공업부를 떼내 확대 신설한 조직으로 보고 있다. 다만 통일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이 군사중앙위 확대회의 개최와 미사일총국 공개에 더불어 곧 있을 대규모 열병식을 통해 대외 위협 수위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건군절 75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열병식에서 북한이 핵을 탑재할 수 있는 초대형 방사포, 스텔스 무인기 등을 대거 등장시킬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김정은이 2021년 5대 과업을 통해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고체연료 ICBM 등을 언급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무기들을 선보일 수 있다”면서 “한국과 미국에 대해서도 강경 메시지를 발신하며 이를 계기로 도발을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남 교수 역시 “건군절을 통해 대미 군사 도발 메시지를 강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