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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학생수 '반토막' 나는데…"동생 돈 뺏어 형님 준다"며 반발

[2023 연중기획-尹정부 2년차, 4대개혁 적기다]

2부: 교육이 국가 미래다 <3> 미래형 교육시스템 전환

■개편 시급한 교부금제도

초중고 예산 남아 멀쩡한 책상 교체

대학은 재정난에 낡은장비로 버텨

초중등 교육교부금 2060년 3배↑

재정 형평성·미래 인재 양성 위해

"고등교육 투자 확대" 목소리 커져

"교육수요 반영, 비율조정·다변화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 세 번째)이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대학 총장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서울시교육청은 관내 초중고교 1학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초등학교는 1인당 20만 원, 중고교는 1인당 30만 원의 입학 준비금을 준다. 편성된 예산은 총 576억 원에 달한다. 광주·경북·부산교육청도 입학이나 진학, 졸업 앨범비 등을 명목으로 지원금을 지급한다. 학생들에게 노트북이나 태블릿PC 같은 스마트기기를 무상으로 지급하는가 하면 남아도는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 바꾼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멀쩡한 책걸상이나 업무용 PC 등 비품을 갈아치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반면 15년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과 학생 수 감소로 재정난을 겪는 대학교들은 허리띠를 졸라 매기 바쁘다. 실습용 장비는 물론 낡은 빔프로젝터 하나 새것으로 바꿔주지 못해 수리를 하며 버티고 있다.

국가 경쟁력 강화와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해 고등교육 투자 확대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재원 마련을 위해 유초중등교육 예산인 교육교부금을 근본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내국세와 연동돼 경제성장에 따라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교육교부금 제도를 개편해 재원 배분의 효율성·건전성을 높이고 유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 간 재정 투자 간극을 메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육교부금은 중앙정부가 유치원 및 초중고교 교육에 필요한 재원을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하는 제도다. 1959년 ‘의무교육재정교부금법’을 시작으로 1968년 현행 내국세 연동 방식의 교부금 제도가 도입됐다.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 전출 제외)로 마련되며 시도교육청 재정의 약 70%를 차지하는 주요 재원이다.



교육교부금 제도는 내국세 연동 방식을 통해 교육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역할을 하지만 최근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개편 논의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경제성장에 따라 세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교육교부금 역시 증가하는 구조인데 정작 학생 수는 감소하고 있어 초중등교육에 과다하게 예산이 배분된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교육교부금이 2020년 54조 4000억 원에서 2060년 164조 5000억 원으로 3배나 증가한다고 전망했다. 같은 기간 학령인구는 546만 명에서 302만 명으로 44.7%나 감소한다.

특히 고등교육계를 중심으로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 여파로 재정난이 심화한 대학을 위해 교육교부금 일부를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신설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 역시 교육교부금에 투입될 교육세 세입에서 1조 5000억 원을 끌어왔지만 교육부가 계획한 3조 원에서 절반으로 줄어든 데다 3년 한시 조건으로 설치돼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시도교육감을 포함한 초중등교육계는 ‘동생 돈 뺏어 형님 주는 꼴’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학교를 새로 짓거나 또는 교실을 증축하면서 교원 수도 늘어나고 있다는 논리다. 더욱이 초중등교육 분야에서도 미래 교육 준비를 위해서는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이경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의 칸막이를 없애는 등 교육을 총량적으로 보고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며 “국가 발전과 형평성 제고에 기여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학 진학률이 70%대에 달할 정도로 고등교육이 보편화된 데다 여느 때보다도 미래 인재 양성이 시급한 상황에서 고등교육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며 “교육교부금이 그나마 대안”이라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과거 교육교부금에 통합된 봉급교부금을 다시 분리하는 등 전반적인 개편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재원이 내국세 교부율 하나로 단순화돼 있어 미래 교육재정 수요에 적절히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사회적 인구 이동에 따른 학교 신설 수요, 교육 여건 개선에 따른 학급 수 증가 요인, 학급 수 증가와 비교과 교사 증가에 따른 교원 수 증가 요인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학생 수가 계속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증가할 수 있는 미래 교육재정 수요를 적절히 반영할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교육교부금 재원의 교육세 수입액만큼 내국세 교부율을 조정하고 교육세법을 고등교육세법으로 바꿔 고등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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