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수술을 받은 후 숨을 쉴 때마다 갈비뼈(늑간)가 찌릿하거나 콕콕 쑤시는 듯한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늑간신경통’이라 불리는데 암이 생긴 폐 부위를 절제하는 폐암 수술의 대표적인 후유증이다. 신체활동이 제한될 뿐 아니라 숨을 깊게 쉬기 어려워 심할 경우 호흡곤란 등 폐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기존 환자의 약 40%에서 발생하던 늑간신경통을 유발하지 않는 새로운 수술기법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개발됐다.
정우현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갈비뼈 사이를 절개하지 않고 폐를 절제하는 '늑간 보존 로봇 폐절제술'을 고안해 세계 최초로 시행했다고 27일 밝혔다.
2021년 기준 약 11만 명의 환자가 존재하는 폐암은 현재 3기 초까지 수술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갈비뼈 사이에 2~3개의 작은 구멍을 뚫고 흉강경을 삽입해 폐를 절제하는 ‘늑간 흉강경 수술’이 가장 보편적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갈비뼈 사이에 척수로부터 갈라져 나온 늑간신경이 위치하고 있어 수술 후 신경 손상 및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맨 아래 갈비뼈 밑으로 흉강경 기구들을 넣어 폐절제술을 시행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폐를 안전하게 절제해내는 데 필요한 각도와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었다.
정 교수는 몸 안에서 자유롭게 회전하며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수술로봇을 이용해 갈비뼈 사이 대신 가장 아래쪽 갈비뼈 밑에 절개창을 내는 방식을 고안해 냈다. 지난 2년간 늑간 보존 로봇 폐절제술 50여 건을 성공적으로 시행하며 미국흉부외과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JTCVS Techniques’에 게재됐다.
정 교수는 “늑간 보존 로봇폐절제술은 늑간신경이 존재하지 않는 곳을 통해 수술하기 때문에 관련된 신경통과 후유증이 없다”며 “늑간신경이 호흡근을 조절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수술 후 폐 재활에도 더욱 유리하다.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수술법을 더욱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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