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온 공작부인 삽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유명한 16세기 초상화 속 주인공이 사실은 남성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2일 (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16세기 플랑드르 화가 캥탱 마시(Quentin Massys)가 1513년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초상화 ‘늙은 공작부인(The Old Duchess)’의 모델이 남성일 가능성이 있다. 이 작품은 한국에선 ‘늙은 여자’, ‘추한 공작부인’ 등으로 불린다.
그림 속 주인공은 드레스를 차려입고 하트 모양의 머리장식인 에스코피옹으로 꾸몄지만 추한 외모를 가졌다. 이마는 울퉁불퉁하고, 얼굴과 목은 주름지고 탄력이 없으며, 치아는 대부분 빠진 듯하다. 깊이 파인 드레스 사이로는 노화된 젖가슴이 보인다. 늙은 여성의 외양은 오른손에 든 구애를 상징하는 붉은 장미와 어울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추한 공작부인’은 젊은 처녀처럼 옷을 입고 남성을 유혹하려는 늙은 여성의 허영심 또는 노년까지 젊은 시절의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사회적 풍토를 풍자한 작품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데일리메일은 이 작품이 ‘젠더 놀이’의 결과물일 수 있다는 연구 내용을 설명했다. 캥탱 마시의 ‘판타지’로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소개했다.
엠마 케이프론 큐레이터는 영국 가디언의 일요판 ‘옵저버’에 “맞다. 그녀는 아마도 남자일 것”이라며 “젠더 놀이로서의 ‘크로스드레서(다른 성별이 입는 옷을 착용하는 사람)’일 수 있다. 우리는 마시가 남성이 여성인 척 꾸미고 나오는 축제에 매우 관심이 많았다고 알고 있다”고 전했다.
데일리메일은 또 이 그림 속 주인공이 기형이나 피부질환인 ‘페이젯병’에 걸린 사람일 수 있다는 추측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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