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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친구 많을수록 좋다"…도쿠라 "기후·인구문제도 협력"

■한일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공급망 공동 대응

尹 "韓제조-日소재 긴밀 연결"

최태원 "한일 파트너십 공고화"

도쿠라 "스타트업 생태계 등

양국 머리맞대 함께 해결하자"

제3국 시장 진출 등 협력 확대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일본 도쿄 게이단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도쿄의 게이단렌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양국 경제인들과 공식 행사 전부터 격의 없는 스탠딩 대화로 소통을 시작했다. 한국 대통령이 한일 경제인 행사에 참석한 것은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 방일 당시 진행된 ‘한일 경제인간담회’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행사장 앞에 나서 일본 경제인들과 활발히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였다. 이 회장은 현장에서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 규제와 관련해 한일이 공동 대응에 나설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살아보니 친구는 많을수록 좋고 적은 적을수록 좋다”고 말했다. 한일 외교의 정상화로 탄력이 붙은 한일 경제협력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공식 행사 전 행사장 앞에서 일본 경제인들과 교류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한일 경제인 행사에 4대 그룹 총수가 모두 자리한 것은 이번이 20여년 만에 처음이다. 최 회장은 비공개 환담에서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며 “앞으로 양국 파트너십이 공고해지도록 책임 있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은 “양국이 공동 연구를 진행해 구체적인 사업화 기회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17일 도쿄 게이단렌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서 이재용(오른쪽부터) 삼성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윤 대통령의 발언이 끝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한일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행사장으로 입장하자 먼저 들어와 있던 일본 경제인들은 전원 기립해 박수로 환대했다. 윤 대통령과 양측 경제계 대표의 개회사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약 1시간 20분가량 오찬을 겸한 환담 시간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는 한국 측에서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과 4대 그룹 총수를 포함해 경제인 대표 12명이 참석했다. 일본에서는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을 비롯해 11명이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공급망 위기 대응은 물론 반도체·전기차 등 첨단 전략산업에 대한 한일 경제계의 협력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디지털 전환,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미래 첨단 신산업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의 여지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한국의 배터리 업체들과 합작 투자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느냐”며 “양국 협력에 필요한 지원을 할테니 한국 정부에 요청할 것이 있으면 언제든 기탄없이 해달라”고 당부했다.



도쿠라 회장은 “국제 환경이 변하고 동북아시아 안보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일본과 한국이 연계해 대응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도쿠라 회장은 “경제·산업 면에서도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 저출산·고령화 문제 등 양국이 함께 대처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이제 양측이 서로 지혜를 짜내 연계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 직무대행은 “이번 한일정상회담에서의 합의는 양국 경제계에 오랜 가뭄 끝의 단비 이상으로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며 “특히 수출규제 및 양국 교역의 걸림돌을 제거하기로 합의한 것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 경제계는 상호 투자 확대와 자원 무기화에 대한 공동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 교류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전경련에 따르면 이날 한일 경제계는 윤 대통령에게 △반도체 등 분야에서 한일 경제 안보 동맹 강화 △양국 공동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 지원 △글로벌 룰 세팅에서 한일 협력 강화 △제3국 시장에서의 협력 등을 요청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최근 수출이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는 등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못지않게 어렵다”며 “경제계는 양국 간 교역 확대와 일본 기업의 한국 투자 회복 등을 위해 일본 경제계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경제계 역시 “양국 간 무역·투자 확대와 제3국 시장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한일 경제 교류의 걸림돌이었던 수출규제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가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17일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국가 명단인 ‘화이트리스트’에 한국을 원상회복시키는 것에 대해 “한국 측 대응 상황에 달렸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냈다. 전날 한일정상회담에서 일본은 수출규제를, 한국 측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철회하기로 하면서 “화이트리스트 원상회복을 위해 긴밀히 대화하겠다”고 밝힌 것에 비해 소극적인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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