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2차관 출신인 김성한 실장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안보분과 간사를 거쳐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가안보실장을 맡았다. 김 실장은 한미 동맹 복원과 대일 관계 개선을 위한 협상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때마다 외교와 의전 논란이 불거지면서 결국 10개월여 만에 직을 내려놓게 됐다.
김 실장이 29일 전격 사의를 표한 것 역시 본인의 거취 문제가 4월부터 이어질 외교 ‘빅이벤트’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다음 달 26일(현지 시간)에 진행될 한미정상회담을 고려해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저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외교와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김 실장이 물러나면서 대통령실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도 즉각 재편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 실장의 사의 수용과 동시에 후임 국가안보실장으로 조태용 주미대사를 내정했다. 조 내정자는 미국에 정통한 외교관이다. 북핵 문제에도 정통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앞서 외교부 1차관, 국가안보실 1차장 등을 역임했으며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에 입성해 의원 활동을 했다. 의원직 시절 국민의힘 정책위 부의장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조 대사가 안보실장으로 내정돼 자리를 이동하게 되면서 공석이 되는 주미대사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주미대사 후임자는 신속하게 선정해 미 백악관에 아그레망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여권에 따르면 조현동 외교부 1차관 등이 후임 주미대사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조 차관은 외무고시 19회 출신으로 외교부 북미 3과장, 북핵외교기획단장, 주미공사 등을 지낸 대표적 미국통이다.
이번 안보실장 교체의 여파가 어디로 이어질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앞서 한일정상회담 전인 10일에는 안보실의 외교 의전을 도맡아온 외교부 출신의 김일범 의전비서관이 사퇴했고 27일에는 이문희 외교비서관도 교체됐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가안보실 주요 멤버 중에서는 현재 김태효 1차장이 남아 있어 업무공백은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안보실의 인적 쇄신 시점이 한일정상회담 직전을 기점으로 속도를 낸 것도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3월 한일정상회담, 4월 한미정상회담에 이어 5월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한미일정상회담을 하기로 예정돼 있다. 이 와중에 윤 대통령이 다음 달 미국 국빈 방문 일정을 놓고 미국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미국 측에서 한국 가수 블랙핑크와 미국 레이디 가가의 동맹 70주년 기념 협연을 제안했는데 윤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안보실은 1월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 당시에도 외교부 등 실무 부처와 일정이 공유되지 않는 등 문제가 불거졌었다. 중대한 국익이 달린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또다시 같은 문제가 생기자 윤 대통령의 문책이 뒤따랐다는 게 대통령실과 외교가의 전언이다. 여기에 미국과 확장 억제 강화를 위한 협의마저 진척이 없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 교체를 서둘렀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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