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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사진' 손가락질 임산부 총살…참혹한 北 인권 실상

■2023 북한인권보고서 발간

동의 없는 생체실험

갓 태어난 아기 살해

성경책 소지로 처형 등

남한 드라마 시청에 사형

정부 차원 보고서 공개는 처음

탈북민 508명 증언으로 기술

통일부, 영문판도 발간할 예정

권영세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


북한 당국이 산 사람에 대해 동의 없는 생체 실험을 자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에서는 또 임산부에 대한 구금이나 총살도 빈번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공개 처형이 이뤄지는 것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다수였으며 한국 영상물을 시청·유포했다는 이유만으로 사형을 당했다는 진술도 다수 전해졌다.

통일부는 30일 이 같은 내용을 총망라한 ‘2023 북한 인권 보고서’를 대외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통일부 소속 북한인권기록센터는 2016년 여야 합의로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후 매년 북한 인권 보고서를 비공개로 발간해왔다. 정부 차원에서 북한의 인권 현황을 기술한 보고서를 대외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보고서는 북한인권기록센터가 북한 이탈 주민 508명으로부터 북한에서 지난 6년(2017~2022년) 동안 벌어진 인권침해 사례를 수집해 기술한 내용을 담고 있다. 통일부는 이번 보고서를 영문판으로도 발간해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도 북한의 인권 실태를 널리 알린다는 방침이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29일 유럽연합(EU) 회원국 대사 정례모임에서 발언하고 있다. 통일부




◇한국 드라마 시청·유포했다고 사형=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등이 다수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경경비대원이 탈북하는 주민을 사살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해당 증언은 북한 주민을 사살한 국경경비대원으로부터 직접 들은 내용이라고 한다.

북한 구금 시설에서 태어난 아기를 기관원이 살해했다는 증언도 일부 수집됐다. 2014년 중국에서 강제 송환된 여성이 임신 8개월 상태로 구금됐는데 중국 아이를 임신했다는 이유로 기관원이 분만유도제를 통해 출산하게 한 후 아기를 살해했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살인과 같은 강력 범죄뿐 아니라 한국 영상물 시청·유포 등에 대해서도 사형을 내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탈북민은 2017년 양강도에서 열린 공개재판에서 한 남성이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유포한 행위로 사형을 선고받고 곧바로 총살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탈북민은 2018년 평안남도 평성시에서 열린 공개재판에서 1명이 성경을 소지하고 기독교를 전파했다는 이유로 사형을 선고받고 곧바로 공개 총살되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더불어 18세 미만의 피의자 또는 임산부가 사형을 선고받고 총살되는 경우도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강원도 원산시에서 16~17세 아동 6명이 한국 영상물을 시청하고 아편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사형을 선고받고 총살을 당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한 2017년 한 여성이 집에서 춤을 추는 영상이 유포됐는데 해당 여성이 손가락으로 김일성의 초상화를 가리키는 동작이 문제가 돼 당시 임신 6개월이었음에도 공개 처형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인권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북한 여성 인권 실태 전시회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범 수용소 보낸다' 협박받고 가족 생체 실험 동의=북한에서는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생체 실험을 대상자의 동의 없이 실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생체 실험은 주로 83호 병원 또는 83호 관리소라고 불리는 곳에서 이뤄졌는데 대상자는 주로 조현병 등 정신병을 앓고 있거나 지적장애인으로 실험에 대한 유효한 동의를 할 수 없는 경우였다고 한다. 일부는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겠다’는 협박을 받고 가족의 83호 병원 또는 관리소 수용에 동의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북한 당국에 의한 강제 실종도 여전히 이뤄지고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주민이 당국에 체포된 후 소식도 없이 실종 또는 행방불명되는 경우를 봤거나 이에 대해 들었다는 증언이 다수 나왔다. 사례의 대다수는 생사를 알 수 없었거나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된 것으로 추정됐다. 실종된 사람의 가족도 사라졌다는 증언 역시 있었다. 정치범 수용소는 총 11곳이며 이 가운데 5곳이 현재까지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구금 시설 내 수용자에 대한 처우도 열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탈북 후 송환된 여성의 경우 자궁 검사로 불리는 체강 검사를 추가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생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여러 명을 동시에 검사하며 남성 계호원이 자궁 검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구금 시설 내 성폭력도 빈번히 발생해 강제 낙태가 이뤄지는 사례 등도 드물게 수집됐다.

이 밖에 북한 내 장애인에 대한 차별도 심각해 당국이 결혼과 출산까지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장애인의 출생을 막기 위해 왜소증 장애인들을 다른 마을과 격리된 산골 마을에 모아 ‘난쟁이마을’을 형성했다는 증언도 다수 있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북한 인권 사진 전시회에 참석해 “최근 북한은 주민들이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와중에도 막대한 예산을 퍼부어 핵과 미사일 도발을 반복하고 있다. 정상적인 국가 운영이라고 보기 어려운, 참으로 딱한 모습”이라며 “정부는 북녘 동포들이 자유·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누릴 수 있는 그날까지 국제사회와 함께 적극적으로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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