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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치맘은 옛말…비만자녀 못 참는 ‘아몬드맘’이 온다

‘마른 몸과 소식=미덕’ 주입시키는 부모 늘어

체중·지방 대한 왜곡된 정서, 부정 영향 야기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힘이 없으면) 아몬드 몇 개 더 먹어. 대신 꼭꼭 씹어서 먹도록 해.”

최근 해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아몬드 맘’이 새로운 극성 부모 유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자녀들에게 마른 몸이 아름답고 소식이 미덕이라고 주입시키는 부모를 의미한다.

많은 음식 중 ‘아몬드’라는 단어가 붙은 이유는 패션모델 지지 하디드의 모델 출신 어머니 욜란다 하디드의 발언에서 비롯된다. 몇 해 전 리얼리티쇼에 출연중인 지지 하디드는 자신의 어머니와 통화하며 ‘기운이 없다, 오늘 아몬드 반 개밖에 먹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이 때 욜란다 하디드가 아몬드 몇 개만 더 먹되 꼭꼭 씹어 먹으라고 조언하던 장면이 ‘아몬드 맘’이라는 밈(meme)으로 굳어진 것.

미국에 ‘아몬드맘 밈’ 열풍을 몰고 온 욜란다의 에피소드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키와 몸무게 등 자녀의 외모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부모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몬드 맘’이 아이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365mc 천호점 조민영 대표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봤다.

◇무조건 ‘먹지 마’…체형 강박 생기고 자존감 하락


아몬드맘이 식탁에서 자주 하는 말은 ‘안돼’와 ‘살쪄’다. 직접적으로 아이들의 몸, 무언가를 먹는 행동을 지적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다른 애들은 말랐는데 너만 통통해’ ‘저러니까 살이 찌지’ 같은 말도 여기에 속한다. 음식을 먹고 있던 중 ‘그만 먹으라’며 빼앗는 것도 아이들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

2016년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는 부모가 자녀에게 체중을 줄일 것을 강요할 경우, 자녀가 식이장애 증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밝혔다. 이는 1551명의 중학생을 대상으로 연구됐다. 또 영국 엑시터대 의대가 2018년 1041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모로부터 살을 빼고 관리할 것을 강요 받는 아동들이 건강한 식습관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지적하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아이들에게 왜곡된 신체 이미지를 주입하는 것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조 원장은 “부모가 ‘다이어트 해야 하는데’ 같은 말을 습관적으로 하거나 날씬하지 않은 연예인을 자주 비난하는 모습, 체중에 따라 영향을 크게 받는 모습을 보이거나 무언가를 먹기에 앞서 심각하게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 등을 보이면 아이들은 은연중에 부모의 정서를 읽고 체중과 지방 자체를 부담스런 또는 부정적인 요소로 여기게 된다”고 말했다.



체중 강박을 가진 부모와 함께 사는 아이들은 어떤 심리적 변화를 겪게 될까. 우선 아직 자아 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은 아이들은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몸을 나쁜 상태로 인식하고 자존감이 저하될 우려가 높다. 실제 미국 아리조나 주립대가 120명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부모가 자녀에게 체중을 줄일 것을 강요한 경우 자녀의 자아존중감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스마트학생복이 2017년 초·중·고등학생 총 1만939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80.4%가 다이어트를 해봤다고 답했다. 이들 중 47.4%는 중학교 때, 45.4%는 초등학교 때부터 다이어트를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자의 절반 이상은 본인을 과체중이라고 평가했다. 체중·외모에 대한 과도한 관심은 거식증·폭식증 등 섭식장애로 이어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또래보다 20% 이상 체중 나갈 때 관리 필요


아이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식단 강요는 절대 금물이며 성인을 대상으로 한 체중감량법은 성장기 아이에게 적절하지 않다.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소 섭취량 부족이 성장 지연이나 건강 문제로 이어지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살이 찔까봐 아이 식단에서 탄수화물을 극도로 제한하는 경우 학업 능력 저하는 물론 건강한 성장에 방해가 된다”며 “장기간의 저열량 식사로 골격을 이루는 칼슘, 혈액을 구성하는 철분이 결핍되면서 체력이 저하돼 아이가 만성피로를 호소할 수 있다”는 게 조 원장의 지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관리가 필요한 아이까지 방치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BMI 백분위수가 95 이상이거나 또래 아이들보다 체중이 20% 이상 더 나가면 건강 측면에서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소아비만은 고혈압, 당뇨, 콜레스테롤 이상 등 다양한 성인병과 합병증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폐해는 단순한 현상이 아닌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초등학생까지는 체중 감량보다 ‘유지’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성장기다보니 더 찌지 않고 건강한 식사와 활동을 기본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 필요한 경우 비만클리닉을 찾아 행동수정요법 등을 통해 건강한 식사를 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조 원장은 부모가 아이의 체중조절에 나설 때 외모 개선이 아닌 건강을 위한 것임을 반드시 이해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자녀의 체중감량을 위해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이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그는 “긍정적인 말로 ‘건강해지기 위해 운동하자’고 제안하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활동량을 늘리는 것은 체중관리는 물론 아이 정서에도 유리하다”며 “성인과 달리 성장까지 고려해야 하는 만큼 조급하게 결과를 바라기보다 건강증진을 목적으로 건강한 습관을 배우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부모가 체형강박이 심하다면 아이의 문제 해소에 앞서 자신의 문제도 돌봐야 한다”며 “부모가 변하지 않으면 아이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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