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론]이권 카르텔 정치를 넘어서려면

김재훈 KDI 선임연구위원

김재훈 KDI 선임연구위원




국회에서 의원 정수를 늘리는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과연 국회의원들은 선거제 개편 논의의 자격이 있는 것일까.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부결되고 하영재 국민의힘 의원 체포동의안은 가결됐다. 하 의원의 혐의가 맞다면 국회의원이 지방선거에 공천권을 행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돈을 받고 지방의원에 공천해줬다는 것인데 이런 경우가 하 의원에 국한되리라 생각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정치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여는 출판기념회에 관광버스로 상경하는 이들이 내는 돈도 하 의원의 경우와 같은 목적일 것이다. 거의 모든 지방의회와 지방정부가 이런 식으로 구성됐다면 지방정부가 제대로 세금을 쓰고 지방의회가 지방정부를 제대로 감시할 리 만무하다. 성남시 의회가 제대로 할 일을 했다면 대장동·백현동·정자동과 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방선거 공천이 지역구 국회의원의 공천권과 합법이든 불법이든 그 의원에 제시되는 금액에 좌우됐다면 누가 그런 돈을 냈을까. 아마도 지방의 토호세력으로 불리는 건설토목업자일 것이다. 이들은 자치단체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을의 처지인데 지방의원이 되는 순간 갑으로 둔갑한다. 이들이 인허가 로비를 위해 써야 할 돈의 일부만으로 갑의 지위를 획득해 지방공무원들에게 갑질하며 인허가를 받아낼 수 있다면 지방선거 공천 대가는 기꺼이 지급할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지역주민이 낸 세금과 지방교부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이들에게 기대할 수 없다. 국회의원에 대한 공천권은 당 대표가, 지방정부에 대한 공천권은 지역구 국회의원이 행사하는 이런 구조는 조폭들의 상납구조, 이권 카르텔과 다르지 않다.

한국의 정치구조는 국회·지방정부·지방의회로 이어지는 부패구조이며 그 정점에 각 정당의 중앙당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의 지방자치는 풀뿌리민주주의가 아니라 풀뿌리까지 수탈하는 구조인 것이다. 국회가 이런 구조를 만든 책임을 지고 개선할 방안을 마련하기는커녕 의원 정수를 늘리는 방안들을 논의하는 전원위원회를 연다는 것은 후안무치한 일이다. 국회가 개선방안을 만들도록 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격이다. 이해 상충의 문제가 없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개선안을 만들고 국민투표를 통해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한국 정치의 부패구조를 해결하려면 먼저 공직 후보자를 선출하는 방식, 즉 공천방식을 바꿔 지역주민이나 지역당원이 국회나 지방의회의 지역 후보를 선출하도록 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방식에 대한 국회 합의가 단기적으로 여의치 않다면 최소한 총선과 지방선거를 동시에 치러 지역구 국회의원의 공천권을 무력화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상향식 공천과 정당 민주주의를 위해 정당법을 개정해 중앙당과 당 대표 중심이 아닌 지역당과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원내정당구조로 개혁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인식이 국민이 정치 엘리트로부터 수탈 당하지 않고 국민이 진정으로 주인이 되는 정치 구조로 변화되는 초석이 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