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의 최대수혜자로 꼽히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했지만 조사를 받지 못했다. 검찰은 수사 대상자가 일방적으로 일정을 정해 수사를 받으러 오는 것 자체가 현행법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2일 이날 오전 9시 57분께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한 송 전 대표는 곧바로 청사 안으로 들어가 검찰과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으며 검찰 조사는 무산됐다. 송 전 대표는 검찰이 소환 통보를 하지 않았는 데도 자진 출석한 이유에 대해 “정치쇼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 것으로는 알지만 제가 파리에서 놀다가 온 게 아니다”라며 “검찰이 언론에 (혐의를) 노출해 사실상 소환한 게 아닌가. 그런데 제발로 들어온 사람을 출국금지 시키고 일주일째 수사도 하고 있지 않다. 무슨 이유인지 협의를 하기 위해 왔다”고 설명했다. 송 전 대표가 자진 출석한 것은 지난달 24일 프랑스에서 귀국한 지 8일 만이다.
송 전 대표는 검찰이 ‘정치 수사’를 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송 전 대표는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1년 동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 수사 1·3부는 이재명 대표 수사에 ‘올인’했다”며 “그런데 별 효과도 없고 윤석열 정부의 대미·대일 굴욕외교와 경제무능으로 민심이 나빠지자 2부가 나서 일부 언론과 야합해 정치적 기획수사에 올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범죄혐의사실이 제1야당의 현대표와 전대표 관련사건 말고는 없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사건, 권력형 부정부패사건을 담당해야할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야당수사에만 올인해서야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송 전 대표는 “주위 사람에 대한 비겁한 협박·별건수사를 중단하고 저 송영길을 구속시켜 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 검찰이 마구잡이식 수사를 하고 있으며 피의사실을 유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통화 녹음파일이 부정한 경로로 노출돼 증거능력이 없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송 전 대표는 “검찰이 하는 이야기는 이중별건 수사"라며 "이정근 개인 비리 사건 수사하다가 녹취파일 발견된 것이다. 사건과 관련없는 녹취가지고 변호사와 본인 입회없이 누출했다면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한 것으로, 증거 능력 없다”고 주장했다.
후원조직 먹고사는연구소의 후원금이 경선 자금으로 쓰인 것 아니냐는 의혹과 관련해선 송 전 대표는 “국가 사단법인으로 승인된 공적 조직”이라며 “회계장부를 압수수색해 갔으니 투명하게 분석해서 관련없음이 드러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정식으로 부르면 나올 것이냐는 질문에 “정식으로 부르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살포 자체가 없었다는 것인지, 살포는 했지만 본인은 몰랐다는 것인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자리이고 30분 단위로 전국 단위로 돌아다녔다”며 “제가 모를 수도 있기 때문에 검찰이 소환해 조사할 것이고, 문제가 있다면 책임 물을 것이고 기소가 되면 법정에서 다툴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현행법상 조사 대상자가 일방적으로 일정을 정해 조사를 받겠다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형사소송법 200조는 ‘수사에 필요한 때에 피의자의 출석을 요구해 진술을 들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청사 입구에서 송 전 대표의 검사실 방문을 허용하지 않았고 원할 경우 서면으로 의견을 달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송 전 대표 측이 자진 출두 계획을 언론에 알렸지만 검찰에 직접 의사를 전달하진 않았다고 전해졌다.
검찰은 수사 단계로 봐도 송 전 대표 조사가 아니라 최근 압수수색 영장 집행으로 확보한 자료 분석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압수물을 분석한 후에 당시 송 전 대표 캠프 관계자들을 비롯한 다른 관련자 조사가 먼저 이뤄지고 나서야 송 전 대표 조사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송 전 대표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을 중심으로 돈봉투 의혹이 불거졌고 당시 실제 대표로 선출돼 수혜자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돈봉투 살포의 최종 책임자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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