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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약발 안 받는 이유? '이것' 때문일수도 [건강 팁]

■박훈석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

고령화로 만성 콩팥병 급증…신동맥 협착도 증가세

신혈관 고혈압, 치료 불응성 고혈압의 20% 차지

젊은 나이에 갑자기 생긴 고혈압도 신동맥 협착 의심

갑작스럽게 고혈압 조절이 되지 않는 환자에게 도플러 초음파 검사를 시행한 결과 오른쪽 신장동맥 근위부의 혈류 속도가 200cm/sec 이상까지 증가됨을 관찰할 수 있다. 사진 제공=서울성모병원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신장이 손상되거나 기능이 감소하는 만성 콩팥병의 발생 빈도와 유병률이 급증하고 있다. 덩달아 대동맥에서 양쪽 신장으로 들어가는 혈관이 좁아지는 신동맥 협착증도 증가하는 추세다. 신동맥 협착은 컴퓨터단층촬영(CT) 또는 심혈관조영술을 시행받는 환자의 약 20~45%에서 발견된다고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신동맥 협착이 70~80% 수준까지 진행됐을 때 혈역학적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신동맥 협착이 진행될수록 혈류 흐름은 줄어든다. 이 때 감소한 혈액을 보충하기 위한 체내 보상기전이 작용하면서 레닌 호르몬이 분비되고 그로 인해 혈압이 높아지게 된다. 이를 신혈관 고혈압(renovascular hypertension)이라고 부른다. 신혈관 고혈압은 전체 고혈압 환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6~3%로 높지 않다. 하지만 치료에 불응하는 고혈압 환자로 대상을 한정할 경우 20% 수준까지 높아진다. 따라서 비교적 젊은 연령에서 고혈압이 발생했거나 고령에서 단기간 내에 고혈압이 급격히 발생 또는 악화됐다면 일반 고혈압이 아닌 신혈관 고혈압일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 3가지 이상의 약제를 쓰며 적극적으로 치료해도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신동맥 협착에 의한 신기능 저하가 심해져 회복 불가능한 정도로 신기능 감소가 동반된 경우를 허혈성 신질환(ischemic nephropathy)이라고 한다. 고혈압 치료제로 흔히 쓰이는 안지오텐신 전환효소(ACE·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억제제 또는 안지오텐신수용체 차단제(ARB·Angiotensin Receptor Blocker) 사용과 연관되어 신기능 저하가 발생했거나 원인불명의 신기능 저하가 발생했을 때도 신동맥 협착에 의한 신기능 저하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또 초음파, CT 등의 영상검사 결과 한쪽 신장 크기가 작을 때도 편측 신동맥 협착을 시사하는 소견으로 받아 들여진다. 특히 고령 신동맥 협착 환자는 동맥경화가 진행되며 다른 혈관에도 이미 협착이 동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경동맥, 관상동맥 또는 말초혈관 질환이 있거나 심한 망막 혈관질환이 있는 환자에서 고혈압이나 신기능 악화가 발생한다면 신동맥 협착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그 밖에 원인을 설명할 수 없는 심부전이나 급성 폐부종이 발생했을 때도 신동맥 협착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신동맥 협착 증상은 결국 고혈압 발생이나 악화 또는 신기능 저하로 인해 나타난다.



신동맥 협착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도플러 초음파, CT 등의 영상학적 검사를 통해 신동맥 협착 부위를 확인해야 한다. CT 검사는 협착 부위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조영제를 사용해야 하므로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의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해당 신동맥 협착이 혈역동학적 의미를 갖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도플러 초음파에서 해당 신동맥의 혈류 패턴과 혈역동학적 수치를 확인하는 과정이 병행돼야야 한다. 도플러 초음파는 혈류 패턴과 혈역동학적 수치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CT와 달리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신기능 저하 환자에서도 용이하고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는 것도 도플러 초음파의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비만한 환자의 경우 전체 신장동맥을 보기 어렵고 의료진의 숙련도가 초음파 검사의 정확도에 영향을 준다는 단점이 있다. 신동맥질환이 의심된다면 신장내과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통상 약물치료를 가장 먼저 시도하는데 이미 신동맥 협착이 상당히 진행되어 약물에 저항성을 보이고 고혈압이 악화됐다면 좁아진 혈관을 넓히는 스텐트 수술도 고려할 수 있다.

박훈석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 사진 제공=서울성모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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