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 앞에 세워둔 전동킥보드 폭발로 화재가 발생해 모텔을 전전하고 있다는 예비 부부 사연이 전해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이들에게 과실이 없다고 결론 냈지만, 킥보드 업체는 보험처리를 받으려면 직접 배터리 결함을 증명해오라고 했다고 한다.
예비 신부 A씨는 지난 16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전동킥보드 배터리가 폭발’이란 제목의 글을 올리며 화재로 아수라장이 된 집 내부 사진들을 공개했다.
A씨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2일 새벽 2시경 A씨와 예비 신랑이 잠자리에 들기 위해 방에 들어가고 5분 남짓 지난 시점에 발생했다. 현관에 둔 전동킥보드에서 ‘삐’ 소리가 나기 시작하더니 ‘치지직’하는 압력밥솥 소리가 나다가 곧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고 한다.
집 안은 순식간에 검은 연기와 유독가스로 뒤덮였고 현관에서 불이 나기 시작했다. 화재로 도어락이 녹아내려 문이 열리지 않는 상황에서 두 사람은 인근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죽다 살아난 예비부부는 킥보드 업체에 보험 처리를 요청했다고 한다. 경찰과 소방 조사 결과 이들의 과실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게 A씨 측 주장이다. 그런데 업체 측은 배터리 결함을 증명해 오라고 요구하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발급한 서류만 인정된다”고 했다.
실제로 전동킥보드 배터리 폭발의 원인은 ‘과한 충전’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번에는 충전하고 있지 않던 상태에서 발생했다.
A씨는 “제품 제조일은 2022년 5월이고 구매일은 2022년 7월이다. 보증기간도 남아있는 상태였고, 일주일에 3~4번 하루 10~20분 내외로 사용했다”며 “제품을 과하게 쓰지도, 과하게 충전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충전기가 꽂혀 있었다면 저희 과실이니 인정했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고 자려고 누웠다가 죽을 뻔했다”며 “국과수 서류가 필요하다고 해서 결국 과학수사대가 현장 검증과 함께 전동킥보드를 수거해 간 상황인데 결과는 최소 한 달 걸린다고 한다. 집은 생활이 불가능해 하루하루 모텔 잡아가며 생활 중이다”라고 토로했다.
A씨는 “화재 때 매연과 연기로 예비 신랑은 얼굴과 온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왔다. 병원에 갔더니 유독성 화학물질에 의한 화상 증상이라고 평생 관리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라며 “저부터 구하겠다고 맨발로 뜨거운 바닥을 밟으며 안 열리는 문을 맨손으로 잡아 돌리느라 발바닥과 손에 화상까지 입은 예비신랑을 보면 아직도 심장이 철렁한다”고 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충격적이다. 많이 안 다쳐서 그나마 다행이다”, “충전 중이었다면 과실을 인정하겠다니. 충전 중에도 터지면 안 되는 것 아니냐”, “소비자가 배터리 결함을 증명해야 한다니 씁쓸하다”, “업체로부터 제대로 피해보상 받으시길 바란다” 등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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