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스트(UNIST·울산과학기술원) 생명과학과 박찬영 교수팀은 단백질 절단효소인 ‘메인프로테아제’와 세포 구조를 유지하고 세포 분열과 이동을 조절하는 ‘셉틴’ 단백질의 상호작용에 의한 감염세포 섬모 손상의 기전을 처음 밝혔다고 25일 공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섬모는 세포의 안테나로 비유되며, 배아 발생부터 신체의 항상성 유지 등 생명 활동 전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호흡기에서 외부 병원체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내거나, 후각신경세포 등 다양한 세포에서 신호 전달에 관여한다. 섬모의 특이적 신호 전달 방법에는 대표적으로 Sonic hedgehog(음향고슴도치·SHH) 신호전달이 있는데 이는 세포분열 및 분화에 관여해 조직 재생과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는 호흡기 섬모세포를 통해 감염을 일으킨다고 밝혀졌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섬모 손상 보고는 많으나 감염 세포의 섬모가 손상되는 원리나 섬모의 신호전달 이상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었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SARS-CoV-2를 포함한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의 섬모세포에 침투한 후 세포 내부에서 숙주세포의 자원을 이용해 바이러스 유전자와 단백질을 만든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복제를 위해서는 코로나바이러스 단백질 절단효소(프로테아제)가 필요한데 단백질 절단효소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생산한 단백질 사슬을 절단해 바이러스 복제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의 단백질들을 만든다. 연구팀은 코로나바이러스의 프로테아제가 바이러스 단백질뿐만 아니라 감염 세포의 단백질을 절단해 바이러스 감염을 쉽게 만들거나 감염세포의 손상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 단백질 절단효소는 섬모의 구조과 기능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셉틴(Septin) 단백질을 자른다. 이를 통해 섬모의 길이가 짧아지고 세포 수가 감소하는 등 섬모 및 섬모세포 손상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절단된 셉틴 조각은 절단되지 않은 셉틴 단백질들과 결합해 복합체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정상적 활동을 하는 셉틴 단백질의 이동을 방해해 섬모의 구조 유지 및 기능손상을 야기한다는 것을 밝혔다.
연구팀은 손상된 섬모구조의 영향으로 인해 Sonic hedgehog(SHH) 신호 전달 기전도 손상됨을 확인했다. 이러한 섬모의 특이적 신호 전달 기전의 이상은 섬모세포의 분열 및 분화에 문제점을 초래하는 등 일차적인 조직손상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추가적으로 연구팀은 코로나바이러스의 단백질 절단효소 억제제를 바이러스 감염 전에 사용하면 섬모의 손상을 예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억제제가 바이러스 감염 후에 사용되면 SHH 신호 전달 체계의 손상이 완화되는 것을 검증했다. 이러한 결과는 바이러스에 의한 섬모 세포 손상을 예방하거나 완화하기 위한 약물 연구의 출발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
박찬영 생명과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와 감염세포내 단백질의 상호작용과 섬모 구조 및 기능 손상 기작을 밝혔다”며 “향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세포이상에 대한 연구 다양성을 제시하고 섬모이상으로 인한 후각, 미각 상실 등과 같은 감염세포 이상기전의 이해 및 바이러스 세포대응 기전 후속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의학 바이러스학 저널(Journal of Medical Virology)에 2월 24일 자로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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