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2003년 이후 20년 넘게 집권하고 있는 튀르키예에서 28일(현지 시간) 대통령선거 결선투표가 치러진다. 현재 튀르키예가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 등에도 주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올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앞서 14일 치뤄진 1차 투표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6개 야당 단일 후보인 공화인민당(CHP)의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를 약 5%포인트 앞섰다. 그가 결선에서 승리할 경우 최장 2033년까지 사실상 '종신집권'의 길을 열게 되며 나토 내에서 서방과의 불편한 관계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에 맞서는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정권교체의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 폐지와 의원내각제 복원, 서방과 관계 개선 등을 약속한 그는 1차 투표 패배 이후 난민 송환과 쿠르드족과의 평화 협상 배제 등을 내세웠으며 유세 마지막까지 무당층에게 정권 심판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다만 외신은 이변이 않는 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승리가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여론조사기관 콘다가 실시한 설문조사를 인용해 부동층의 표가 분산된 후 에르도안의 지지율이 52.7%,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의 지지율이 47.3%였다고 보도했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은 1차 투표에서 3위에 오른 승리당 시난 오안 대표의 지지를 얻으며 더욱 유리한 위치에 섰다. 오안 대표가 1차 투표에서 얻은 283만 표(5.17%)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의 득표 차인 254만 표보다 더 큰 수치다.
결선투표는 터키에서 28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한국 기준 오후 2시~11시)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향후 튀르키예에서는 권위주의 체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이슬람 교리에 기반한 정책을 꾸준히 강화해온만큼 ‘정교분리' 중심의 세속주의 대신 이슬람주의를 전면화할 수도 있다.
심각한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저금리를 고수하며 경제난이 더욱 악화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아울러 최근 친러시아·반서방 기조를 내세워 나토 내에서 갈등을 일으켜온 튀르키예는 앞으로도 대러시아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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