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술을 하는 만큼 거짓말을 합니다.” 영국의 현대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말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예술을 종교를 믿듯 믿어주기를 바란다. “예술에 기도를 드리자”고도 한다. 하지만 실성하지 않고서야 누가 예컨대 포르말린 통에 담긴 죽은 상어 앞에서 참회를 하거나 파리가 들끓는 잘린 소의 머리에 기도를 드리겠는가.
그렇다면 대체 무슨 의미인가. 어차피 예술은 거짓이니, 그나마 미리 털어놓고 하는 자신의 것들은 적어도 정직의 미덕은 갖춘 것이라는 의미인가. 일종의 자의적 허언증 아닐까. 관심을 받기 위해 허풍을 떨고 고의적으로 사안을 과대 포장하는 심리.
지금 리움미술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코미디언’은 다른 듯 같다. 노란 바나나 하나가 은색 산업용 테이프에 의해 미술관 벽에 붙어 있다. 놀랍게도 이 작품은 너무 인기 폭발이라 주변의 다른 작품들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별도의 설치물을 둬야 할 정도라 한다. 코미디언의 의도는 ‘지나치게 포장되고 잘난 체하는 현대미술’의 실체를 폭로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예술을 믿는 것의 허황됨을 드러내는 것이 목적인 셈이다. 이점에서는 허스트와 달라 보인다.
그런데 이 폭로는 세 개의 에디션이 돼 각각 12만~15만 달러 사이의 가격으로 팔렸다. 물신의 폭로가 더 센 물신이 되는 셈이다. 이 점에서는 허스트보다 더 강렬하고 치밀하다. 세 명의 코미디언 구매자들에게는 진짜 카텔란의 것임을 증명하는 진품 증명서가 발부됐다. 이 점도 허스트에 귀속된다. 결국 물신이나 물신을 폭로하는 물신이나 그게 그거 아닌가. 영화 ‘달콤한 인생’의 한 장면에 유명해진 주인공의 명대사가 나온다. “아니, 그런 거 말고 진짜 이유를 말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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