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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日규제 칼 맞았던 '소부장'… 이젠 협력 성과 만든다

日 글로벌 반도체 소재 점유율 1위

"100년 노하우 전수받아 도약해야"

中소재 수입 급증… 진정한 자립 계기


윤석열 정부가 반도체·배터리 등 우리 주력 산업의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정밀화학 강국인 일본과 공동 연구를 진행합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14일 서울에서 양국이 정밀화학 분야 공동 연구를 선언하는 행사를 열고 구체적인 사업을 발굴하기로 했습니다.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가 반도체 포토레지스트 등 정밀화학의 핵심 소재 분야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일 관계 악화로 타격을 입었던 비즈니스에서 실질적인 협력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최근 대중(對中) 소재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우리 소재·부품·장비 기술력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정부는 이번 발족식을 계기로 우리 산업구조에서 상대적 약점으로 거론되는 소재·부품·장비 생태계와 경쟁력이 보완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은 반도체·배터리 등 제조에 강점이 있는 반면 일본은 이를 뒷받침하는 소부장 산업을 선도하는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수출 규제 당시 우리 정부는 이른바 소부장 독립을 추진했지만 소부장 자립화율은 30% 수준(지난해 기준)에 불과합니다. 초기 발전 단계인 우리 소부장 기업과 달리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요 구매처인 스미토모·신에쓰 등은 모두 100년 가까운 업력을 자랑합니다.

가령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분야 1위인 대만 TSMC에 이어 최근 삼성전자까지 일본에 반도체 생산 라인을 구축하기로 한 데도 일본의 높은 소재·부품·장비 기술력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반도체 후공정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파운드리 빅2’ 모두 해당 분야에 경쟁력이 있는 일본 소부장 기업과 협력해 신기술을 개발하려는 의지가 컸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등 우리 주력 산업 발전을 위해 고도의 소부장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입니다.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소부장 기술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소부장 생태계 구축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산업부는 지난해 발표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에서 민관이 합동으로 3000억 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펀드를 조성해 소부장 기업 혁신 등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기 판교·용인에 ‘반도체 소부장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소부장 연구개발(R&D)을 시장 선도형 기술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소부장 자립화율 목표치는 2030년 50%에 그칩니다. 이것도 현재 자립화율인 30% 수준과 비교하면 공격적인 목표로 평가됩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소재 강국인 일본의 노하우와 경험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실제 일본은 세계 반도체 소재 시장에서 점유율 55%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포토레지스트 시장은 일본 기업이 90% 이상을 장악한 상태입니다. JSR·도쿄오카공업 양 사의 점유율만 50%가 넘습니다. 일본이 정밀화학 분야에서 100년 가까운 업력을 쌓아온 결과입니다.

범용 제품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우리 화학 업계가 최근 고부가가치 정밀화학 제품 생산에 주목하는 만큼 일본과의 이번 공동 연구 선언은 우리 소부장 산업 성장에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일본 기업의 성장 경로도 우리 기업에는 시사점이 있습니다. 가령 금호석유화학에 합성고무 기술을 전수했던 일본 JSR은 2000년대부터 정밀화학 기업으로 탈바꿈했습니다. 합성고무 1톤이 150만~200만 원 수준인 반면 포토레지스트는 갤런당 350만 원에 달합니다.



반도체·배터리 등 제조업이 고도화할수록 제품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정밀화학 기술이 필수적입니다. 정밀화학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등 우리 먹거리 산업의 후방산업에서 일본이 앞서나간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며 “정밀화학 분야에서 일본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다면 우리 소재 산업이 도약하고 우리 주력 산업의 수출도 뒷받침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일본과의 공동 연구는 소부장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진정한 ‘소부장 자립화’를 추진한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산업부 소부장넷에 따르면 일본으로부터의 화학 소재 수입액은 2018년 63억 5471만 달러에서 지난해 56억 8076만 달러로 약 10%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81억 5만 달러에서 114억 6349만 달러로 41.5%나 증가했습니다.

소부장 기술력 강화는 장기적인 무역수지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우리나라의 일본 소부장 수입의존도는 2013년 21.3%에서 2022년 15.0%로 개선됐지만 대일본 소부장 부문 무역수지는 악화되고 있습니다. 대일 소부장 무역적자는 2019년 186억 9000만 달러까지 축소됐으나 지난해에는 249억 3000만 달러로 증가한 상태입니다. 대중국 소부장 산업의 무역흑자 규모는 축소되고 있습니다. 소부장 관련 대중 수출은 1000억 달러대에서 정체된 반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급증하면서 무역흑자는 2019년 544억 9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252억 2000만 달러로 급감했습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는 “소부장 전반의 수요와 투자 촉진을 유도해 소재에서 장비까지 상품의 비교 우위, 기술적 절대 우위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성장 동력 분야는 특정 산업이나 기술 발전을 통한 경쟁 우위 확보 차원을 넘어 경제의 지속 성장 가능성을 담보하고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한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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