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일본의 반응은 매우 예민하다. 지난해 10월 4일 오전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알려지자마자 TV에서 갑자기 전국순시경보시스템인 ‘J얼러트(JALERT)’가 발동됐다. J얼러트는 국가가 시간적 여유가 없는 유사시 주민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일부 구간의 지하철과 철도는 정지했고 미사일 비행 지역인 홋카이도의 3개 학교는 임시 휴교, 88개 학교는 수업 시간 변경을 했다.
일본인들이 대피 매뉴얼대로 긴박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과잉 반응하는 일본과 너무 태평한 한국이라는 상반된 시각이 제기됐다. 숙명인 지진에 더해 태평양전쟁 당시 미군 공습이 수년간 이어지면서 J얼러트는 국민들 사이에 안전을 지키는 문화로 정착됐다. 한국은 자연재해가 많지 않고 정작 6·25전쟁을 경험했지만 공습에 의한 대피경고도 국민들에게 체화돼 있지 않다.
지난달 말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당시 서울시의 대피경보 발령을 둘러싸고 서울시는 “지시받았다”, 행안부는 “안했다”라고 진실 게임을 벌였다. 정치권의 반응도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재난과 관련해서는 지나친 게 모자란 것보다 낫다”는 입장인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신속한 대응은커녕 뒤늦은 위급재난문자를 보내면서 그마저도 오발령이라니 한숨만 나온다”고 비판했다.
대피경보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정쟁과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대책이다. 북한의 미사일 혹은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계속될 것이다. 북한은 우주발사체 발사 실패 직후에 “가급적 빠른 기간 내에 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북한의 발사 궤적은 기술적 결함이나 남측에 대한 위협 등으로 한반도 내륙으로 지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에는 우주발사체의 단분리 실패로 서해 어청도 해상에 추락했지만 북한의 위협이 고도화되면 내륙으로 궤도를 설정할 수 있다. 한국형 긴급대비 시스템인 K얼러트 도입을 서둘러야 할 이유다.
지난해 11월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4발을 발사했고 그중 한 발이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속초 해상 57㎞ 지점에 낙하했다. 낙하 지점과 멀지 않은 울릉도에서 공습경보가 울렸으나 안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주민들은 우왕좌왕했다. 경찰서장조차 아무 일도 없는 듯이 텃밭을 가꾸고 있었으니 민간인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경계경보 발령을 둘러싼 공방은 사안의 핵심이 아니다. 오발령 논란과 별개로 서울시 차원의 경계경보 발령은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안보는 단판 승부다. 안전에는 늑장 대응이 문제지 과잉 대응을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경계경보 문자는 경계경보 발령 이후 9분이나 늦게 시민들에게 발송됐고 그나마 세부 사항은 없었다. 지난 6년간 한국은 전국 단위의 민방위 훈련을 한번도 하지 않을 정도로 무방비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강조한 ‘실제 같은 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본의 사례 등을 참조해 K얼러트를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 K얼러트는 안보 불감증이 확산된 한국의 미래 안전 확보를 위해 우리 앞에 다가온 실존적인 위협에 대응하는 최소한의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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