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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할아버지 약 구해주세요" 의사·약사가 외쳤다…무슨 일?

아동병원협회, 20일 기자회견

소아청소년 필수약 품절 실태 지적

정작 정부가 손놔…대책 마련 촉구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대한병원협회에서 열린 대한아동병원협회 소아 청소년 필수약 품절 실태와 대책 마련 촉구 기자 간담회에 팻말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뇌하수체 성선자극호르몬인 고나도렐린 성분의 '렐레팍트'는 성조숙증 진단에 필수다. 주사제를 투여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 황체 형성 호르몬(LH)과 난포자극호르몬(FSH) 농도를 체크해야 비로소 성조숙증으로 확진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제조되지 않아 한독이 수입하는데, 품절된지 1년이 되어 간다.

최동재 아동병원협회 부회장(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은 20일 서울 마포구 대한병원협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진단 시약이 없어 선천적으로 뇌하수체 기형이 있거나 수술 후 뇌하수체 기능이 저하된 환자의 확진이 불가능하다"며 "치료 결정조차 하기 힘든데 언제 해결될지 기약조차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대한아동병원협회가 44개 아동병원을 대상으로 필수 의약품 수급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아청소년 중증 질환에 필수적인 의약품 품절 사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파코트 스프링클제형 및 파이콤파 현탁액'은 뇌성마비나 발달지연이 동반된 뇌전증 환자에게 처방되는 제품이다. 알약을 거부하거나 못 먹는 소아청소년의 경우 대체 제형이 없는데, 품절이 잦아 현장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터너증후군 치료제 '프레미나정', 성조숙증 치료제 '데카펩틸 주사약'을 비롯해 천식, 독감, ADHD 치료 용도로 처방되는 제품부터 항생제, 항구토제, 이뇨제 등에 이르기까지 품절이 빈번한 소아 필수 의약품은 144종에 달한다. 짧으면 2주, 길게는 1년 이상 품절이거나 수시로 품절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 부회장은 "소아 중증 질환 진단·치료에 꼭 필요한 필수약이 품절돼 환자들의 고통이 계속된다"며 "동남아에서도 벌어지지 않을 일이 의료 선진국인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영문을 모른 채 잦은 품절로 고통받는 환자, 보호자들과 일선에서 만나는 의사, 약사들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 게 협회의 지적이다. 이홍준 아동병원협회 정책이사(김포 아이제일병원장)는 "약 품절 때마다 도매상에 연락하거나 처방약을 구하기 위해 여러 약국에 전화를 돌리는 일이 잦다"며 "제조사나 공급사는 수입이 되지 않는다거나 생산 계획이 없다는 답변만 내놓는데 정작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답답한 건 약국가도 마찬가지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석한 박소현 새고은 메디컬약국장은 "최근 약국가는 품절약과의 전쟁"이라며 "중증 필수약 뿐만 아니라 항생제, 해열제, 변비약 등 다빈도 처방약도 정상적으로 처방 조제하기가 어렵다. 매일 제약사와 도매상에 사정하는 것이 일상"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들의 필수의약품 품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동병원협회는 "기업은 어린이 인구가 줄어 약 생산에서 수익이 나지 않으니 생산할 도리가 없다고 한다. 못 만들면 수입이라도 해야 하는데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며 당국의 대응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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