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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揮掃蕩血染山河’ 씌어진 이순신 긴 칼 ‘국보’ 된다

문화재청, 지정 예고…1594년 제작 추정

국보로 지정 예고된 ‘이순신 장도’ 모습. 사진 제공=문화재청




문화재청은 현재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인 ‘이순신 장도(李舜臣 長刀·긴 칼)’을 국보로 지정 예고한다고 22일 밝혔다. 국보로 지정 예고된 ‘이순신 장도’는 1963년 보물로 지정된 ‘이순신 유물 일괄’에 포함되었던 칼로, 길이가 약 2m에 달하며 크기와 형태가 거의 같은 한 쌍이 각각 칼집을 갖추고 있다.

장도1과 장도2의 칼자루는 모두 나무에 어피(魚皮)를 감싸고 붉은 칠을 하였으며, 칼자루의 일부분에 직사각형의 금속판을 댄 후 검은 칠을 한 가죽 끈을 X자로 교차해 감아 칼자루를 잡았을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했다. 외날의 칼날은 칼등 방향으로 조금 휘어 있으며, 칼날의 단면은 칼날의 위쪽과 아래쪽의 각도를 보았을 때 가장 보편적인 육각도(六角刀) 단면이다.

장도 1의 칼날 위쪽 부분에는 이순신이 직접 지은 시구 ‘삼척서천산하동색(三尺誓天山河動色, 석자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하가 떨고)’이, 장도 2의 칼날 위쪽 부분에는 ‘일휘소탕혈염산하(一揮掃蕩血染山河,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인다)’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이충무공전서’의 기록과 일치한다. 나무를 깎아 만든 칼집에는 몸에 찰 수 있도록 가죽 끈을 매달았다.

‘三尺誓天山河動色’이 씌여진 장도1


‘一揮掃蕩血染山河’이 씌여진 장도2


칼자루 속 슴베에 새겨진 ‘갑오사월일조태귀련이무생작(甲午四月日造太貴連李茂生作, 갑오년 4월에 태귀련과 이무생이 만들었다)’이라는 글귀로 제작시기와 제작자를 알 수 있다.

‘이순신 장도’는 조선시대 군용 도검 형식이다. 나무틀 위에 어피를 감고 주칠을 한 칼자루,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돌기를 만들어 칼자루 표면에 부착한 금속판, 은입사기법으로 장식한 전통무늬, 칼날에 새긴 명문과 물결무늬, 칼집의 패용 장식과 가죽 끈, 칼집 상단의 테두리와 하단의 마개 등은 모두 조선의 도검에서 보이는 전통적인 양식들이다.



당시 칼 제조기술이 발달한 일본 칼의 요소도 일부 적용되었는데, 슴베와 칼자루를 결합했을 때 구멍을 맞추고 못을 끼워 고정하기 위한 목정혈(目釘穴), 칼자루를 단단하게 쥘 수 있도록 가죽끈을 X자로 교차해 감은 방식, 칼날이 휘어진 곡률이나 혈조(血漕, 피홈)를 넣는 방식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순신 장도’는 다음의 이유에서 국가지정문화재(국보)로 지정해 보존, 관리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우선 ▲ ‘이충무공전서’의 기록과 일치하는 칼날에 새겨진 시구를 통해 충무공 이순신의 역사성을 상징하는 유물로 가치가 탁월하다. ▲ 칼자루 속 슴베에 임진왜란이 한창이던 1594년 태귀련·이무생이 제작했다는 명문이 남아 있어 제작연대와 제작자가 분명하다.

또 ▲ 군사사 분야에 있어서도 조선 도검의 전통 제작기법에 일본의 제작기법이 유입되어 적용된 양상을 밝힐 수 있으므로 학술적인 가치가 높다. ▲ 칼날의 예리함과 견고함, 칼날에 새긴 명문 및 물결무늬 선각장식의 기술성, 칼자루 및 칼집의 테와 고리를 장식한 은입사기법, 가죽·금속·칠 등 다양한 전통공예의 조화로운 활용, 세련된 균형미와 조형감각 등 제작기술과 예술성 역시 우수하고 완성도가 높다. ▲ 제작연대가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보존 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보물로 지정 에고된 ‘요대함’


한편 옥로(갓 위를 장식하는 옥 공예품)와 요대(허리띠), 잔과 받침으로 구성돼 1963년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이순신 유물 일괄’에 요대(腰帶) 보관 원형 나무함인 ‘요대함(腰帶函)’까지 추가시켜 지정 예고했다. 또한 ‘이순신 유물 일괄’에 포함되어 있는 ‘잔과 받침’ 유물은 ‘도배구대’라는 이름에서 ‘복숭아모양 잔과 받침’으로 명칭을 변경 예고했다.

‘이순신 장도’는 이번에 국보로 따로 지정 예고됨에 따라 보물 ‘이순신 유물 일괄’ 구성에서는 빠지게 됐다.

문화재청은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국보·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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