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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日 이즈모의 도전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문헌인 ‘고지키(古事記)’에 기록된 일본 건국 신화의 무대는 시마네현 동부의 작은 도시 이즈모(出雲)다. 신화에 따르면 태초에 천계에서 죄를 짓고 추방된 바다의 남신(男神) 스사노오가 이곳에 정착해 나라를 세웠다. 일본 고대사의 중심지답게 오늘날에도 한 해 1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인구 17만 명 규모의 이즈모시(市)를 찾는다. 특히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신사(神社)이자 인연을 맺어주는 신을 모시는 ‘이즈모타이샤(出雲大社)’는 좋은 인연을 빌기 위해 수백만 명의 참배객이 몰리는 곳이다. 음력 10월에는 전국의 모든 신령이 이즈모타이샤에 모여 회합을 갖는다는 전설이 있어 이즈모는 ‘신들의 고향’으로 불린다.

일본 열도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지닌 이 소도시가 최근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혼란을 피해 고국을 떠나려는 러시아와 동유럽의 정보기술(IT)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한 것이다. NHK 등은 이즈모시가 서방 제재와 경제난으로 일자리를 잃은 러시아와 동유럽 출신의 IT 엔지니어들을 지역으로 끌어모으기 위해 일본어 강의 제공과 이즈모로의 이주 및 지역 기업으로의 취업 지원에 나섰다고 최근 보도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공개 모집은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 등 17개국에서 100명 이상의 신청자가 몰려드는 바람에 조기 중단됐다. 해외 인재 유치를 통한 IT 산업 육성으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중장기적으로 인구 감소 문제에도 대응하겠다는 것이 이즈모시의 취지다. 이즈모시가 위치한 시마네현은 약 67만 명이 거주하고 있어서 일본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적은 현이다.



이즈모시는 지난해 2030년까지 인구 17만 명 유지와 정보통신기술(ICT) 등의 분야에서 신규 일자리 2000명 창출을 목표로 하는 ‘종합 진흥 계획’을 수립했다. 전 세계적으로 IT 인력 등 첨단 인재 유치 경쟁이 뜨겁다. 우리나라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해 해외 고급 인재들이 몰려드는 ‘매력 도시’들을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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