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라면값 인하 압박을 가하는 등 정부가 생활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올 하반기 국내 주요 가구 업체들이 줄줄이 판매 가격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높은 원가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불가피한 방안이라고 업체들은 설명한다. 다만 최근 원자재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가격 인상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리바트(079430)는 이달부터 식탁·소파 등 가정용 가구 일부 품목의 가격을 약 5% 올렸다. 올해 초 가정용과 사무용 일부 품목을 5~7% 올린 데 이은 두 번째 인상이다.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판매 가격을 인상한 가구 제품은 대부분 2∼3년 전에 출시한 스테디셀러 제품들로, 원자재 인상 전 가격을 기반으로 최초 판매가를 책정했었다”며 “최근 3년간 30%에 이르는 폭등 수준의 원가 상승 속에서 적자를 감수하고 판매가 인상 폭을 매년 2∼5% 수준으로 억제해 왔으나 올해 소폭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샘(009240)도 현재 가격 조정을 논의하고 있다. 이에 이달 중으로 가정용 가구 일부 품목의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샘은 2월에도 매트리스와 수납장 등의 가격을 3~8% 올렸다. 한샘 관계자는 “배송·시공기사 인건비 상승 등의 요인으로 이달 중순께 3% 수준으로 가격 인상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구 업체들은 원재료 및 물류비·인건비 등을 포함한 원가 부담이 커졌다는 이유로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제품 가격들을 올려왔다. 한샘과 현대리바트는 지난해 각각 다섯 차례와 세 차례에 걸쳐 제품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올해 1월에도 제품 가격을 올렸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가격 인상은 다소 설득력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는다. 재료 가격이 지난해보다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한샘의 올 1분기 분기보고서를 보면 파티클보드(PB)의 평균 구매단가는 1매당 9675원으로 작년 1만 2221원 보다 약 20.8%가 내려간 것으로 나타난다. MDF(중밀도 섬유판)도 1매당 2만 1006원으로 작년(2만 2742원)보다 7.63% 빠졌다.
최근 실적 악화를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크게 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건비 등 고정비용의 부담이 커졌기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격 인상 추세가 업계의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판매 객단가를 높여 실적을 방어하겠다는 전략이 판매 수요 자체를 위축 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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