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명 방송인이자 모델 겸 인플루언서인 류체루(ryuchell·본명 히가류지)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남자로서 결혼했다가 아들을 낳은 후 돌연 여성 정체성을 가졌다고 선언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13일 닛칸스포츠와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35분께 도쿄 시부야구 소속사 사무실에서 류체루가 숨져 있는 것을 매니저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류체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그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류체루는 TV 예능 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그는 2016년 12월 동료 모델인 페코(본명 오쿠히라 테츠코)와 결혼해 2018년 아들을 얻었다.
그러나 류체루는 지난해 8월 “아빠로 사는 것은 자랑스럽지만 남편으로 사는 것은 괴로웠다”며 “더 이상 남성으로서 성 정체성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발표한 뒤 이혼했다. 그러면서 “남편과 아내라는 형태는 아니지만 인생의 파트너로서 새로운 형태의 가족으로 살아갈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전 부인인 페코도 지난 2월 자신의 유튜브에 류체루와 함께 출연해 "전 남편을 변호하고 그를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은 "아버지 없이 아이를 키우게 했다"며 그를 비난했다.
커밍아웃으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류체루는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성소수자(LGBTQ)이자 젠더리스 스타일의 패션으로 이름을 날렸다.
닛칸스포츠는 “류체루가 사망 전날인 11일 TBS라디오 ‘바비와 오신리 연구소’에 출연해 ‘작년에 엄청난 일을 겪고 예능 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우울해졌다.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오곤 했다’라고 우울감을 호소했다”라고 전했다.
페코는 전 남편의 부고를 들은 이후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슬픔을 전했다. 그는 “아들에게 ‘다다(파파 대신 사용한 호칭으로 보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살아오며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며 “저는 지금도 그리고 아들이 자라서도 ‘너를 가장 사랑하는 최고의 다다’라고 아들에게 계속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체루 사망 전날인 11일 아들의 다섯 번째 생일을 맞아 가족이 괌에 여행을 갔는데 이 때 류체루도 함께 했다고도 언급했다. 페코는 “아들을 학교에 보내고 오랜만에 둘이 밥을 먹었다. 눈물이 날 정도로 배꼽을 잡고 웃었다”고 떠올려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러면서 “저는 류체루가 만나게 해준 우리의 소중한 아들을 반드시 지켜내겠다”며 “류체루를 향한 따뜻한 응원에 정말 감사 드린다. 그가 스스로가 되고 싶은 모습으로 하늘에서 (우리 가족을) 지켜봐 주길 바란다”고 글을 마쳤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게'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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