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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사망·실종 30명 넘어…오송 지하차도 차량 19대 완전 침수

경북서만 16명 숨지고 9명 실종

대부분 산비탈 토사에 매몰 피해

오송지하차도 물에 잠긴 19대

접근 못해 인명피해 늘어날 듯

폭우가 내린 15일 경북 문경시 호계면의 한 다리에서 주민이 인근 영강 범람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문경=오승현 기자




15일 사흘째 이어진 집중 호우로 충청과 경북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구조 당국 등에 따르면 14일부터 이날 오후까지 집중 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24명(경북 16명·세종 1명·충남 3명·강원 원주 1명·충북 충주 2명·전북 익산 1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또 토사에 매몰되거나 저수지에 빠져 10명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됐다.

충북 오송에선 도로 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차량 19대가 고립됐는데, 현재 수색 작업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추가 인명피해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폭우가 내린 15일 경북 문경시 호계면의 한 우사와 농경지 등이 인근 영강 범람으로 물에 잠겨 있다. 문경=오승현 기자


경북도소방본부 이날 오후 4시 30분 기준 집중 호우로 16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인명 피해 상당수는 산비탈 토사가 집으로 밀려들어 주택이 매몰되면서 발생했다.

사망자는 예천군 효자면 4명·은풍면 1명·용문면 2명, 영주시 풍기읍 2명·장수면 2명, 문경시 1명, 봉화군에서 4명이, 실종자 9명은 예천에서 8명, 문경에서 1명 발생했다.

영주시 풍기읍에서 산사태로 주택이 매몰돼 사망한 남녀는 60대와 20대인 부녀지간으로 파악됐다.

폭우가 내린 15일 경북 문경시 호계면의 한 다리가 인근 영강 범람으로 침수되며 파손돼 참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경=오승현 기자


충남 지역에서도 산사태 매몰로 인한 인명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오전 4시 53분경 세종시 연동면 송용리 한 야산 비탈면에서 쏟아진 토사가 인근 주택 앞을 덮쳐 70대 주민 1명이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지만 결국 숨졌다.

뒤이어 오전 7시께 충남 청양군 정산면에서도 폭우에 유실된 토사가 인근 주택을 덮치며 60대 여성이 사망했다.

오전 8시 22분께 강원 원주시 신림면 황둔리 인근에서는 60대 주민이 로프와 연결된 벨트를 착용하고 폭우로 물이 넘친 마을 길을 건너다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오전 8시40분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에 물이 차면서 남성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지하차도에는 차량 19대가 고립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에 빗물이 계속 유입되는 데다 시야도 확보되지 않아 구조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하차도의 물을 빼내도 하천의 물과 빗물이 유입되는 상황이 반복돼 본격적인 수색작업이 어려울 것으로 우려돼 추가 인명피해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많은 비가 내린 15일 충북 청주 흥덕구 오송읍 궁평제2지하차도에 차량이 침수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 당국과 경찰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북에서는 괴산댐이 넘치면서 충주시 6개 읍면동 주민 640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충주시는 이날 오전 5시를 기해 봉방동, 칠금동, 달천동, 살미면, 중앙탑면, 대소원면 등 범람이 우려되는 달천 주변 지역에 대피령을 내렸다.



주민들은 대부분 학교 강당과 마을회관 등지로 대피한 상태다.

달천은 괴산댐의 방류량이 늘어나면서 하천 변 저지대 곳곳이 물에 잠긴 상태다.

달천에 접한 대소원면 문주리 수주팔봉마을의 양방향 도로가 침수되고, 단월동의 단월교도 침수 우려로 통행이 통제됐다.

전북 완주군에서는 하천 인근 도로에 물이 급격하게 불어나 주민들이 고립된 상태다.

완주군 동상면 신월리 밤목마을 주민 국승구(68) 씨는 “마을 밖을 나가려면 하천을 건너가야 하는데, 다른 출입구가 없다 보니 매번 폭우가 올 때마다 고립된다”며 “이틀째 밖을 나가지도 못하고 바다처럼 변한 하천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거센 비에 기찻길도 막혔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무궁화호와 ITX-새마을호 등 모든 일반열차의 운행을 중지했다고 밝혔다.

중앙선·중부내륙선을 운행하는 고속열차(KTX-이음)도 운행이 중지됐다.

KTX는 경부고속선·강릉선·전라선·호남선 등은 운행하지만, 호우로 인한 서행으로 지연이 예상된다.

폭우가 내린 15일 경북 문경시 호계면의 한 우사와 농경지 등이 인근 영강 범람으로 물에 잠겨 있다. 문경=오승현 기자


농작물 피해 규모도 크다.

총 8437.9㏊(침수 8413.8㏊, 낙과 21.6㏊)가 물에 잠겼으며, 2.5㏊의 농경지가 유실·매몰 등 피해를 봤다.

벼 466.2㏊, 콩 4155.7㏊의 농경지가 침수됐다.

사유 시설 피해는 주택 침수 22동, 주택 전·반파 1동, 옹벽 파손 등 기타 39건을 비롯해 총 71건 발생했다.

공공시설은 총 31건의 피해가 발생했는데, 이중 토사유출이 10건, 도로 사면 유실 6건, 하천제방 유실 2건 등이다.

행정안전부는 세종, 충남 청양·논산, 충북 충주, 경북 예천·문경·봉화·영주, 전북 전주 지역에 현장상황관리관 6개 반을 급파했다.

현장상황관리관은 시·군·구에 비탈면 붕괴 점검·대피 지원단이 구성됐는지 점검하고, 붕괴 우려가 큰 지역에 대해서는 주민에 대한 신속한 대피가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할 계획이다.

피해가 집중된 경북 예천군에는 중앙119구조본부 전 대원과 육군 50사단·공군 16 전투비행단 소속 장병들이 동원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충청권과 경기북부, 경북 등 곳곳에 여전히 호우 특보가 발효 중이다.

오는 17일까지 충청과 호남을 중심으로 많고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돼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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