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각 지역의 교육청이 틱톡과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SNS가 교내 질서를 무너뜨리고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 시간) 200개에 달하는 미국 각지의 교육청이 집단소송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SNS를 통해 각종 괴롭힘 사건이 일어나고 있고 SNS 중독으로 학생들이 불안·우울증을 겪고 있어 교사들이 조치를 취하고 있는 만큼 SNS 기업들이 관련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집단소송에 참여한 워싱턴주(州) 텀워터교육청 측은 “SNS는 통제 불가능 상태”라며 “SNS 탓에 피해를 본 학생들을 위해 재원을 마련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WSJ는 SNS 때문에 발생한 각종 문제점에 대한 책임을 기업에 묻겠다는 원고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려면 기존 판례를 뒤집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1996년 통과된 통신품위법 230조가 SNS 기업들의 책임을 제한하고 있다. 이 조항은 인터넷 사용자가 올린 콘텐츠에 대해 인터넷 사업자의 면책권을 규정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펜실베이니아 동부 연방법원은 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서 유행한 ‘기절 챌린지’ 탓에 딸을 잃은 미국 학부모가 제기한 소송을 기각하기도 했다. 학부모는 틱톡의 콘텐츠 알고리즘 때문에 딸이 기절 챌린지 영상을 접하게 됐다면서 틱톡의 책임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통신품위법 230조를 들어 “알고리즘도 법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이번 집단소송에서 원고 측은 “문제가 되는 것은 개별 콘텐츠가 아니라 SNS 기업들이 그런 유해한 콘텐츠를 청소년에게 주입할 수 있는 중독적인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것”이라는 논리로 기업의 책임을 주장할 계획이다. 틱톡이나 페이스북 등 플랫폼 자체의 문제점은 통신품위법 230조가 규정한 면책권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페이스북의 모기업 메타와 틱톡의 소유주 바이트댄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 등은 원고가 제기한 주장은 여전히 통신품위법 230조에 의해 면책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연방법원에서 병합돼 진행될 이번 집단소송에는 향후 1만 3000개에 달하는 미국 각지의 교육청이 추가로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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