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시멘트(300720)가 9월부터 시멘트 가격을 약 12% 올린다. 올 5월 쌍용C&E(003410)와 성신양회(004980)가 7월부터 약 14%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세번째다. 앞서 쌍용C&E와 성신양회가 가격인상 방침을 밝혔을 때 국토교통부와 산업자원부가 자제를 요청했지만, 업계의 가격인상 행진이 수그러들기는 커녕 오히려 한일시멘트마저 합류하게 된 것이다. 시멘트업계는 누적된 부담이 커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레미콘·건설업계와의 파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24일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한일시멘트와 계열사 한일현대시멘트(006390)는 9월부터 가격 인상에 들어가겠다고 최근 레미콘 등 수요 업체에 구두로 통보했다. 이번 주 중 공문을 보낼 것으로 관측된다. 1톤 당 인상률은 12.8%로 기존 10만 5000원에서 11만 8400원으로 올리겠다는 내용이다.
앞서 올 5월 쌍용C&E는 14.1%(10만 4800원→11만 9600원), 성신양회는 14.2%(10만 5000원→12만 원)의 인상률을 7월부터 적용하겠다고 알린 바 있다. 여기에 한일이 합세하면서 국내 주요 시멘트 7개사 중 4개사가 가격 인상안을 꺼내들었다. 업계에서는 아세아시멘트(183190), 한라시멘트, 삼표시멘트(038500)도 곧 동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멘트업계가 지난해 두 번이나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올해 추가 인상을 추진하자 정부가 나서 가격인상 자제를 요청했지만 전혀 통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시멘트 업계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기록적으로 치솟은 유연탄 가격을 감안하면 현재 공급 가격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여기에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업계의 설비 투자 비용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쌍용C&E와 성신양회는 올 1분기 각각 -17억 원, -49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일시멘트는 올 1분기 27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레미콘 등 부문을 제외하고 시멘트 부분만 별도로 보면 사정은 비슷하다.
정부는 업계의 움직임에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물가상승 부담을 낮추기 위해 공개적으로 시멘트 업계에 가격인상 자제를 요청했는데도 전혀 통하지 않아서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27일 시멘트 업계를 비롯해 건설·레미콘 업계와 간담회를 열어 대안을 모색할 방침이지만 해법이 나오기 쉽지 않아 보인다.
시멘트 업계 한 관계자는 “시멘트 가격은 아파트 분양가의 약 0.5%에 그쳐 시멘트 값이 올라 집값을 끌어 올린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며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상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업계의 불가피한 상황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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