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일고 있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논란을 다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가 26일 가까스로 개최됐다. 그러나 여야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만 몰두하며 정쟁만 되풀이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업 백지화 논란을 일으킨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원 장관은 야당이 ‘가짜 뉴스’로 여론을 호도했다며 역으로 사과를 촉구했다.
당초 이번 현안 질의는 백지화 논란이 불거진 직후인 17일 개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국적인 수해로 인해 연기됐다가 26일 개최된 것이다. 당초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원 장관이 노선 변경 과정에서 김 여사 일가 땅의 존재를 알았는지 여부 등이었다. 그러나 막상 회의가 시작돼자 여야간 ‘사과’ 공방으로 변질됐다.
민주당은 원 장관이 의도적으로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하며 진상 규명을 방해했다고 몰아세웠다. 국토위 민주당 간사인 최인호 의원은 “국토부는 지난 2주간 핵심 자료를 제출하지 않다가 지난 일요일 갑자기 자료를 공개했다”며 “자료가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만적인 자료 공개로 국민과 국회를 무시한 원 장관의 사과부터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의 한준호 의원도 “장관에 대한 사과 요구는 전체적인 태도의 문제”라며 “(지난) 3주간 장관이 종편에 출연해 일방적인 자기주장을 하고, 해외 출장 중에 일타 강사로 나서고, 국토부에서 낸 자료에 허위 사실들이 담겨 있는 등 여러 가지 태도 사안으로 볼 때 장관의 사과가 먼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의 공세에 원 장관도 ‘강 대 강’으로 맞붙었다. 원 장관은 “사과할 의향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내비친 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것은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난데없이 특혜 의혹을 들고 나오면서였다”고 반박했다. 또 “그다음 이재명 대표가 이 부분에 대해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어가며 사실상 지시를 해왔다”며 “사과를 한다면 이 사태를 거짓 선동으로 몰고 왔던 민주당 전·현 대표 두 분부터 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원 장관의 발언에 민주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장내가 순간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
결국 그 누구의 사과도 없이 속개된 현안 질의에서 원 장관은 야당이 관련 공세를 멈추면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원 장관은 “최악의 경우 (사업 중단이 윤석열 정부) 임기 말까지 갈 수도 있다”면서 “민주당이 (의혹) 확산을 중단하면 오늘이라도 정상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대안 종점인 강상면 일대에 아파트 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이곳은 김 여사 일가가 소유하는 토지가 있는 곳이다. 원 장관은 “산비탈 지대에 있는 땅에 지금 아파트를 (어떻게) 짓는다는 말이냐”고 반박했다. 한편 민주당은 27일 예정된 본회의에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관련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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