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주말에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니히우 도심 광장을 공습해 15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한동안 전선에서 비켜나 있던 체르니히우에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생기면서 지역사회가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20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CNN방송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전날 드론 관련 행사가 열리고 있던 체르니히우의 타라스셰프첸코극장과 인근 대학을 공격했다. 건물 앞 크라스나광장을 지나던 사람들이 파편에 맞거나 깔리며 현재까지 7명이 사망하고 144명이 다쳤다. 사망자 중에는 6세 소녀도 있으며 부상자 가운데 15명이 어린이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은 정교회의 ‘구세주 변모 축일’을 맞아 축성을 받기 위해 사과 바구니와 꿀을 들고 광장 근처 교회를 찾은 신자들이 많았다. 이들이 귀가할 무렵 공습이 단행돼 피해가 더욱 컸던 것으로 보인다. 올렉산드르 로마코 체르니히우 시장 대행은 “극장 바로 뒤에 있는 공원에서 많은 어린이와 부모가 시간을 보낸다”며 “이 모든 것은 도심에 사람들이 많은 한낮에 일어난 일로, 민간인에 대한 전쟁범죄로밖에는 해석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체르니히우는 벨라루스 및 러시아 국경과 비교적 가까운 도시로 개전 초기에는 러시아군에 점령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러시아군이 철수한 후 대규모 공습 및 전투가 없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군이 극장에서 열린 드론 관련 행사를 노렸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군이 비공개 행사 정보를 어떻게 얻었는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스웨덴을 국빈 방문해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에게 그리펜(스웨덴이 개발한 차세대 전투기) 지원을 거듭 요청했다. 앞서 미국도 17일 네덜란드·덴마크에 있는 자국의 F-16 전투기를 우크라이나로 이전하는 것을 허용했다.
같은 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접경지인 남부 로스토프나도누 군 사령부를 방문했다.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은 6월 무장 반란 당시 이 건물을 장악한 바 있다. 이번 방문은 푸틴 대통령이 무장 반란을 완전히 수습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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