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국세청(IRS)에 수십억 달러의 예산을 추가로 배정한 지 1년 만에 투자 회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분적인 이유는 예산 추가 배정을 지지하는 개인 혹은 집단이 대중을 상대로 IRS 지출 증액의 목표와 당위성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전략적 실수를 저지른 데 있다.
민주당은 1년 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IRS에 800억 달러를 추가로 제공했다. 10년에 걸쳐 사용될 추가 자금은 지난 수년 동안 이어진 예산 삭감으로 기본적인 기능조차 수행하기 힘들어진 IRS를 살리기 위한 긴급 수혈이었다. 우리는 이미 긴급 현금 지원이 가져온 긍정적인 효과를 목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민원인들의 통화 대기 시간이 줄어드는 등 고객 서비스가 향상됐고 원활한 세법 집행이 가능해져 장기적으로 국가의 재정 건전성도 개선될 것이다.
이 정도는 늘어난 예산에 힘입어 IRS가 거둘 수 있는 최소한의 성과다. 하지만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추가 예산을 도로 가져가려는 공화당의 전방위 공세를 이겨내야 한다. 공화당은 지난 1년 동안 ‘IRS 괴담’을 퍼뜨리며 대중을 겁먹게 만들었다. 늘어난 자금을 이용해 8만 7000명의 에이전트를 새로 고용한 IRS가 마구잡이 세무 감사로 정직한 중산층 납세자들을 괴롭힐 것이라는 주장이 대표적인 예다.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아직도 상당수 미국인은 공화당이 퍼뜨린 가짜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IRS 예산 확대 지지자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IRA의 의회 통과 과정에서 IRS 예산 증액 지지자들은 늘어난 국세청 자금이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한 감사를 강화하는 데 투입될 것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사실 IRS 세무 감사에 투입되는 자금은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투자에 집중된다. 부유층 세금 사기 단속은 대중의 지지를 얻어내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지난 수년 동안 실시된 세무 행정 관련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납세자들이 제기한 최대 불만은 대기업과 부유층이 제 몫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추가 자금이 탈세를 일삼는 부유층에 대한 감사를 확대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누누이 약속했다. 하지만 대중은 주머니는 얇고 준법정신은 강한 서민 납세자들이 감사의 주된 표적이 될 것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그 같은 의심은 나름의 근거를 갖고 있다. 저소득 가구, 특히 근로소득공제를 신청하는 가구는 다른 납세자들에 비해 IRS 감사를 받을 확률이 5배나 높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감사는 백만장자의 복잡한 세금 보고 내역을 들여다보는 것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집행이 수월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또 이 같은 감사는 법에 따라 충실히 세금 보고를 했음에도 IRS 감사를 받기 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을 허비한 납세자들의 짜증과 분노를 유발한다. 이런 경험을 한 개인 납세자라면 표적을 제대로 정한 감사가 어떻게 가능할지 회의를 품게 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감사에 초점을 맞춘 홍보가 대중에게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예산 증액이 IRS의 고객 서비스와 업무 현대화에 기여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IRS가 의존하는 기술은 오래되고 낡았다. 마이크로필름 같은 낡은 기술 때문에 세금 환불 처리가 지연되는 등 납세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감사 대상을 결정하기도 어렵다. 신속한 데이터 처리가 이뤄지지 않아 특정 납세자가 적정액의 세금을 납부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도 힘들다. 동업자들 사이에 복잡하게 얽힌 세금 보고는 감사 여부를 결정하기조차 어렵게 만든다.
IRS의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숙련된 에이전트를 영입하면 정직한 납세자들이 감사 대상이 되는 일도 줄어든다. 이 경우 감사의 효율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체납 세금을 징수하기가 수월해진다. 장기적으로는 법을 준수하는 납세자들에 대한 감사 필요성 역시 줄어든다. 사실 이제까지 바로 이들이 부정직한 납세자들로 인한 세수 부족분을 보전해줬다.
IRS 추가 자금 지원 지지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여전히 감사 확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납세자들의 지지 여론을 끌어내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앞으로 이들이 전달해야 할 메시지는 감사를 확대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더 나은 감사가 필요하다는 것이어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