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경력 33년의 택시기사가 브레이크 오작동으로 인해 버스를 들이받았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제조사 측에서는 “단순 빗길사고”라고 판단해 양측간 공방이 예상된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의 유튜브 채널 ‘한문철TV’는 29일 이 같은 사연을 전했다. 영상에 따르면 법인택시 기사 A씨는 지난 23일 경기도 동두천시 탑동 근처에서 버스와 사고가 났다.
A씨는 “당시 택시는 버스를 쫓아가다 속도를 줄이려고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마치 굳은 것처럼 브레이크가 밟히지 않았다”며 “이에 기아 변속도 해보고 사이드 브레이크까지 당겨 보았으나 차는 서지 않았다”고 전했다.
결국 차량 앞 버스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브레이크만 밟으려고 애썼다는 A씨는 1km 정도를 주행하다 결국 버스의 왼쪽 후미를 들이받은 뒤 멈췄다.
A씨는 “브레이크가 먹질 않으니 ‘이제 죽었구나’ 하는 공포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며 “상황을 겪지 않으면 짐작도 못할 것”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면서 “택시 수리비가 600만 원에 달하는데 제조사 측에서는 단순 빗길 미끄럼 사고라고 한다”고 난감한 상황을 전했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브레이크가 딱딱하게 굳어 작동되지 않았다면 급발진과 다를 게 없다”며 “하지만 현재로서 이를 증명하는 방법은 여전히 ‘페달 블랙박스’ 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페달 블랙박스란 발이 위치한 액셀 및 브레이크 주변에 블랙박스를 장착하는 것을 말한다.
자동차 결함으로 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으면 압력 값이 입력되는 사고기록장치(EDR)를 보고 판단한다. 하지만 이는 브레이크 작동 여부만 기록되기 때문에 센서가 고장 나면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어렵다. 따라서 직접 브레이크를 밟은 모습을 촬영할 수 있는 페달 블랙박스 설치 운전자들이 최근 늘고 있다.
한 변호사는 “급발진 의심의 경우 스스로 증명해 보여줘야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면서 “법인택시의 경우 교대로 운행이 될 텐데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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