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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원의 축덕축톡] 랩으로 더 주목받던 선수, 첫 태극마크 꿈 이루다

■광주FC 미드필더 이순민

A매치 앞둔 클린스만호 깜짝 발탁

늦깎이 프로 데뷔…최근까지 무명

예명 '위로' 작년 시상식서 공연도

7월 아틀레티코전서 역전골로 눈길

광주FC 미드필더 이순민이 지난해 10월 K리그2 대상 시상식에서 자작 랩으로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광주FC 미드필더 이순민(선글라스)이 지난해 10월 K리그2 대상 시상식에서 자작 랩으로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최근 두 달 새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났어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상대로 골을 넣고, 꿈에 그리던 대표팀에도 발탁이 됐죠. 주로 제 이야기를 가사로 쓰는데, 이전에는 어두운 곡들이 많았다면 지금 쓰고 있는 곡은 밝고 희망적인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축구보다 랩으로 먼저 이름을 알린 축구 선수가 서른을 앞두고 꿈에 그리던 태극 마크를 처음 달았다. 지난달 ‘팀 K리그’에 선발되고 스페인 명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상대로 결승골을 터뜨려 주목을 받은 프로축구 K리그1 광주FC 미드필더 이순민(29)의 이야기다.

이순민은 최근 발표된 9월 A매치 명단(25명)에 ‘깜짝’ 발탁됐다. 2017년 프로에 데뷔한 그가 연령별 대표팀을 통틀어 태극 마크를 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순민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말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라며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자고 일어난 뒤 ‘현실이 맞나’ 하고 또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이순민의 말처럼 그의 대표팀 발탁을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무명에 가까운 선수였기 때문이다. 영남대 3학년이던 2016년 추계 대학연맹전과 U리그, 전국체전에서 우승을 휩쓸기도 했지만 2017년 광주FC와 계약한 뒤 첫 시즌에 단 한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순민은 “긍정적으로 이겨내려고 했지만 힘들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것들이 작아지는 경험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광주FC 미드필더 이순민이 6월 전북 현대와의 K리그1 경기에서 골을 터뜨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공식 데뷔전까지도 3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2018년부터 2년 동안은 세미 프로리그인 K3리그(3부) 포천시민축구단에서 사회복무요원 자격으로 뛰며 국방의 의무를 수행한 이순민은 2020년 후반기에 광주로 복귀해 스물여섯의 나이로 그토록 기다려온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이듬해부터 중앙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변경한 그는 출전 시간을 차츰 늘려갔고 지난해 비로소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이순민은 랩 하는 축구 선수로 유명하다. “고등학교 때 지코의 랩을 듣고 관심이 생겼다”는 그는 독립 영화 ‘델타보이즈’를 본 뒤 용기를 얻어 래퍼로 데뷔했다고 한다. 꽁치 파는 청년 등이 4중창 대회에 도전하는 내용인데 ‘꼭 1등 하려고 대회 나가냐’라는 대사에서 용기를 얻었다. ‘위로(Wero)’라는 이름의 래퍼로 활동하며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에 직접 작사한 랩 9곡을 공개한 그는 지난해 K리그2 대상 시상식에서 자작 랩으로 축하 공연을 해 화제가 됐다.

축구 경기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불과 한 달여 전이다. 7월 27일 열린 팀 K리그와 아틀레티코의 쿠팡플레이 시리즈 1차전에서 2대2로 팽팽히 맞선 후반 추가 시간 4분, 페널티 아크에서 그림 같은 오른발 감아 차기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어 3대2 역전승의 방점을 찍었다.

광주FC 미드필더 이순민(왼쪽)이 7월 팀 K리그 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경기에서 3대2를 만드는 결승골을 터뜨린 뒤 세리머리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유럽 명문 팀을 상대로 깜짝 활약을 펼친 데 이어 스물아홉의 늦은 나이에 처음 태극 마크를 단 이순민은 9월 4일 인천공항에서 소집돼 곧바로 1차전이 열리는 웨일스로 출국한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8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 시각) 웨일스에서 웨일스를, 13일 오전 1시 30분 영국 뉴캐슬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차례로 상대한다.

이순민은 “국가대표로 뽑힌 것도 큰 영광”이라면서도 “뽑히는 것 자체가 꿈이 아니라, 뽑혀서 잘하는 게 꿈이었기 때문에 제 꿈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첫발이 무의미해지지 않도록 두 번째 발, 세 번째 발걸음으로 전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클린스만 감독님이 저를 뽑아주신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대표팀의 다른 선수들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이 선수는 이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는 인식을 줄 수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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