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정부가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을 송·변전설비 주변지역 지원사업의 기본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한다. 신재생에너지 분야 지원에 편중된 전력기금의 용도를 취지에 맞게 정상화하고 국가기간 인프라인 전력망 구축에 필요한 안정적 재원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따르면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전력기금의 ‘송·변전설비 주변지역 지원사업’ 비용 부담 원칙을 골자로 한 송주법(송·변전설비 주변지역 보상·지원법)·전기사업법 개정안을 곧 발의한다. 현행법은 해당 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을 전적으로 한국전력(부도·폐업 등 극히 예외적 경우 제외)이 부담하도록 규정하는데, 자금의 출처를 전기요금의 3.7%를 따로 떼 적립하는 전력기금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양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를 거쳐 법안을 성안했다.
정부는 2014년 송주법을 제정해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전기료 및 난방비, 편의시설 건립, 주택개량 등을 지원하고 있다. 송·변전설비는 전력망 확충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지만 설치시 사고 위험이 늘고, 지가 등 재산권 하락 여지가 있어 이같은 당근을 제시해 주민들의 수용성을 높이고 있다.
이런 지원방안에도 주민과의 갈등을 빚으며 전력망이 적기에 건설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는 한국전력의 누적적자가 47조 원에 달하는 등 재무상황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주민들의 설득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한 지원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탓이다. 악순환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제10차 전력수급계획 및 송·변전설비계획 추진에 따라 관련 설치 규모가 늘면서 송주법 지원 규모는 올해 약 1435억 원에서 2036년 2564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보상 규모를 두고 주민들과 충돌이 더욱 빈번해질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당정은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법(발주법)’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전력기금을 기본 재원으로 쓰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유사 전력 기반시설이라 할 수 있는 발전시설 주변 주민들에 연간 2000억 원 규모를 지원하는데, 비용 전액을 전력기금에서 충당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전력기금의 용도 개편 압력이 고조된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와 올해 국무조정실은 감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 당시 전력기금을 통한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에서 8400억 원이 넘는 비리가 발생한 사실을 적발됐다. 혈세 낭비를 바로 잡는 것은 물론 전력 인프라 조성을 목적으로 조성된 전력기금의 취지에 맞게 지출 용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정은 연내 법안을 통과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양 의원은 “급증하는 전력 수요 대응, 반도체 클러스터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송·변전 설비 추가 확충은 필수적이지만 주민과 갈등으로 적기 공급이 어려운 상황”며 “전력기금을 원칙적으로 사용해 주민 수용성을 높여 원활한 전력망 구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송주법 지원사업을 전력기금에서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법제화해 전력망 투자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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