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청론직설] “전기차 시장은 국가 대항 전쟁터…세액공제 최소 10년 지속돼야”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장

자동차정책, 보조금 지원 등 정부 주도로 패러다임 전환

美·佛·中 등 자국 중심 미래차 공급망 구축에 사활 걸어

경쟁력 강화 대신 임금 상승 매달리면 일자리 잃을 수도

勞 파업 자제, 政 고급인력 양성·장기 지원책 서둘러야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장이 1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래차 시장은 국가 대항전이 벌어지는 전쟁터”라며 “우리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전기차 투자세액공제 조치가 최소 10년 이상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전기차·수소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주요국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중국·유럽 국가들은 자국 자동차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 혜택을 주는 등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 전기차 기업에 중국산 부품만 사용하라는 지시까지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장은 1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래차 시장은 국가 대항전이 벌어지는 전쟁터나 다름없다”며 “한국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전기차 투자세액공제 조치가 최소 10년 이상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노조도 월급을 10~20% 더 받겠다고 투쟁만 외칠 때가 아니다”라며 “일자리를 지키려면 극단적 파업을 자제하고 지혜와 역량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 이어 프랑스도 ‘프랑스판 IRA’를 구체화했다.

△자국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보호주의 정책이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프랑스도 자국의 친환경 산업 육성 정책의 일환으로 올 5월 녹색산업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의 이행 방안 중 하나인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 개편안을 7월 말 전격 발표했다. 이 개편안은 8월 말까지 의견 수렴 절차를 마쳤으며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주요 내용은 전기차 생산 및 운송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일정 점수(60점) 이상을 획득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개편안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프랑스의 개편안은 한·EU 자유무역협정(FTA)상의 내국민 대우 원칙에 부합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또 탄소배출계수 중 해상운송 부문 탄소배출계수(0.1)가 과도하게 설정돼 있다. 이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에 맞지 않는다. 무엇보다 개편안 도입부터 발효까지의 기간이 약 4개월에 불과해 전기차 제조 기업들이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지나치게 짧다.

-우리 전기차 업계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할 텐데.

△지난달 25일 우리 정부와 완성차 업계가 공동으로 프랑스 정부에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앞으로 국내 전기차 업계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 적극 대응해나가야 한다. 특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산업 정책의 패러다임 시프트(전환)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정부 주도의 정책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 각국 정부는 시장 간섭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이제는 정부가 직접 자국의 기술 혁신 기반을 만들고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시장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자국 자동차 업체에 막대한 보조금을 주면서 다른 나라 기업들에는 차별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자동차 산업이 혁명적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 100년 동안 자동차 산업은 전 세계의 산업화를 이끌어온 핵심 산업이었다. 100년 전에 내연기관차가 나오면서 마차 시대가 종결되고 새로운 자동차 시대가 열렸다. 이를 계기로 근대 산업화가 본격화됐다. 이제는 내연기관차 중심에서 전기차·수소차 등 저탄소 친환경차가 대세가 되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되면 운전대까지 없어지는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100년 만의 대전환기’라고 할 수 있다. 정보기술(IT),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따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새로운 미래 모빌리티까지 출현했다. 자동차 산업이 업종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산업과 융복합화하는 모빌리티 혁명 시대가 열리고 있다.

-대전환기에 우리 자동차 산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미래 모빌리티 혁명 시대에서는 기술 혁신, 정책 규제, 사회적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관건이다. 기술적으로는 5세대(5G) 네트워크와 AI가 발달하며 산업의 중심이 서비스 위주로 바뀔 것이다. 정책적으로는 환경 문제와 안전성 강화를 위한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 사회적으로는 스마트시티 기술의 발전으로 교통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지능형 도시 체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5년, 10년 뒤에 누가 진정한 승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국이 모빌리티 혁명 시대를 도약의 기회로 만들려면 국가 차원의 전략 수립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기업만 열심히 한다고 될 사안이 아니다. 미래 모빌리티 경쟁에서는 기업과 정부, 근로자가 한 몸이 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모빌리티 혁명 시대의 핵심은 ‘소프트웨어중심차(SDV)’가 될 것이다. 미래차 시대에는 엔진·변속기 공정이 사라지지만 전자기기·반도체 등 SDV 기술이 중요해지면서 융복합 인력의 수요가 급증한다. 앞으로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이와 관련한 인력이 3만 5000명 이상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 모빌리티 전환이 가속화하면 전문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할 것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2022년 자동차 산업 인력 현황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업계 종사자 25만여 명 가운데 미래차 전문 인력은 2% 수준인 5000여 명에 불과하다. 민관 협력 체제를 조속히 구축해 미래차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또 국내에 안정적 생산 기반을 구축해야 이를 바탕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미래차 전환을 위해서는 완성차는 물론 부품 업계에 대한 지원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미래차 지원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이 필요하다. 이 법안에는 연구개발(R&D), 직무 전환 교육, 인력 양성 등 모빌리티 산업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이 담겨 있다. 특히 부품 업체들이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로 업종을 전환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지원을 하자는 것이 특별법의 취지다.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많다.

△네거티브 규제 체제가 빨리 도입돼야 한다.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가 출현하는 혁명기에는 기존 규제로는 신기술과 신산업을 육성하기 힘들다. 신기술 개발에는 전면적인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의 모빌리티 서비스가 끊임없이 성장하고 혁신할 수 있다. 국내의 법과 제도가 모빌리티 혁명이라는 시대 변화를 따라가야 치열한 기술 패권 전쟁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이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국내 전기차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지정 등의 규제도 하루빨리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

-노동시장도 변해야 할 텐데.

△미래 모빌리티 선점 경쟁이 기업 대 기업, 산업 대 산업을 넘어 각국 정부가 앞장서는 국가 대항전으로 확전되고 있다. 한마디로 현재 자동차 시장은 전쟁터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의 과감한 지원 못지않게 노사 관계 안정이 중요하다. 앞으로 자동차 산업의 구조 조정은 불가피하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인력 수요가 훨씬 적기 때문이다. 부품 업계는 물론 완성차 업체도 대규모 인력 전환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산업구조 변화에 맞게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확보돼야 된다. 무엇보다 노조는 극단적인 파업을 자제하고 지혜와 역량을 보태야 한다. 그래야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지금은 월급 10~20% 더 받겠다고 투쟁만 외칠 때가 아니다.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사 관계 안정과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 노동 유연성 확보가 생산력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 투자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국가전략기술·시설’에 전기차가 포함됐다.

△윤석열 정부가 자동차 등 전략산업의 투자 환경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욱 종합적이고 과감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구체적이고 다각적인 대응 전략 수립을 서둘러야 한다. 전기차 등 미래차는 1~2년 반짝 투자한다고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 수십조 원의 막대한 자금을 최소한 30년 이상 꾸준히 투자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미래차에 대한 시설 투자와 생산 기지 구축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도 정부가 전기차에 제공하는 투자세액공제 혜택은 내년 말에 종료된다. 기업들이 중장기적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투자세액공제 등의 지원 기한을 획기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최소 10년 이상 세액공제 조치가 지속돼야 한다.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 충전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8월 말 기준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약 24만 기가 설치돼 있다. 누적 전기차 보급 대수가 약 49만 대인 점을 감안하면 충전 여건이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당수 충전 인프라는 관리 부재로 인한 고장, 유지 보수 한계 등으로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충전 불편을 호소하는 전기차 이용자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신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 못지않게 이미 구축된 인프라의 지속적인 유지·보수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He is…

1961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대구 계성고,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행정고시에 합격해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관, 대통령실 지식경제비서관 등을 지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을 거친 뒤 지난해 10월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장으로 취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