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도덕적 흠집은 그대로 남아 있다. 미국인들은 정부의 승인 아래 수천 명의 불법 월경자 자녀를 부모에게서 강제로 떼어낸 초대형 아동학대 사건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조직적으로 5000명의 난민 신청 자녀를 그들의 부모에게서 격리시켰다. ‘무관용(zero tolerance)’으로 알려진 가족 분리 정책은 합법적인 난민 신청 권리를 행사하려는 이민자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가해 다시는 미국으로 들어와 피난처를 구하지 못하도록 막으려는 조치였다. “이곳으로 들어오는 가족을 찢어 놓겠다고 말하면 그들은 다시 오지 않을 것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국경 위기를 언급하며 내놓은 발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 이민 억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잔인한 면에서는 대성공을 거뒀다. 10대는 물론 걸음마 단계의 유아들마저 부모로부터 강제로 분리됐다. 정부는 생이별한 가족의 기록을 남기지 않았고 아직도 많은 부모들은 어린 자녀의 행방과 생존 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가족 분리 프로그램은 여론조사에서 이전 30년간의 악명 높은 법안들보다 더 낮은 지지율을 기록한 역대급 비인기 정책이었다. 아마도 대중은 이민 시스템을 어떻게 손봐야 하는지, 국경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일치된 의견을 내놓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공권력의 부도덕한 사용으로 어린이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줘서는 안 된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할 것이다.
당시 민주당 정치인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가족 정책에 분노를 표시했고 갈라진 가족들의 재결합과 보상을 약속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 역시 이 정책을 비난했다. 정치적 압박과 빗발치는 소송에 직면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헤어진 가족들을 그대로 놓아둔 채 악명 높은 프로그램을 끝냈다. 그 이후 가족 분리 이슈는 신문의 헤드라인에서 사라졌고 이 문제에 관한 대중의 관심도 희미해졌다.
정치적 역풍을 우려한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말 피해 가족과의 보상 협상을 막았고 피해 가족이 제기한 수십 건의 소송은 오도가도 못한 채 법원에서 발이 묶였다. 사실 이번 주에야 트럼프 행정부의 전직 관리들에게 법원에 증인으로 출두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이 피해 가족을 대신해 제기한 소송의 수석변호사인 리 제런트에 따르면 가족 분리 정책이 공식적으로 막을 내린 지 5년이 지난 지금까지 1000명의 어린이들이 가족 상봉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제런트 변호사는 이들 가운데 일부는 거의 전 생애를 부모 없이 지냈다고 전했다.
이민자들을 둘러싼 환경은 5년 전보다 더 나빠지고 있다. 부분적인 이유는 팬데믹 비상사태 이후 국경으로 쇄도한 난민 신청자의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이들이 머무는 접경 도시들의 수용 능력이 한계 상황에 도달한 데 있다. 이것이 망가진 이민 시스템의 적나라한 현주소다. 연방의원들은 마음만 먹으면 이런 난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철로 접어들면서 정치인들은 문제점을 고치기보다 이를 최대한 활용하기로 방향을 정했고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최악의 정책이 불러온 공포를 최소화하거나 정당화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이달 의회 청문회에서 가족 분리 정책과 후유증에 관해 증언한 제런트 변호사에게 댄 비숍 공화당 하원의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아동 성매매 조직에 힘을 실어준 바이든의 정책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나쁘냐는 질문을 던졌다. 바이든의 정책이 아동 성매매 조직의 활동을 촉진시켰다는 것은 음모론자들의 주장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주 재선된다면 이민자들을 상대로 이전보다 더욱 심한 인도주의 말살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1798년 제정된 ‘적성국 국민법(Alien Enemies Act)’을 발동해 비시민권자들을 구금하거나 추방할 수 있는 일방적 권한을 행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대통령이 이 법을 마지막으로 발동했던 때는 2차 대전 중이었고 이로 인해 재미 일본인 집단 억류라는 전대미문의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했다. 유권자들의 반응이 시들한 데다 언론기관마저 다른 뉴스에 초점을 맞추면서 트럼프의 가족 분리 선언은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
미국인들은 일부 정치인들이 구사하는 혐오스러운 정치적 수사와 정책, 그리고 거기에 들어간 천문학적인 경비에 대해 느꼈던 반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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