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사진) 중국 국가주석이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을 취임 이후 처음으로 깜짝 방문했다. 최근 상하이종합지수가 약 1년 만에 3000선이 무너지는 등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자 국가 지도자 차원에서 경제를 챙기고 있다는 신호를 주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실제 중국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3.8%로 높이고 4분기에 1조 위안(약 184조원)의 추가 국채를 발행하는 등 경기부양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24일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이날 오후 허리펑 부총리 등과 함께 베이징 인민은행과 국가외환관리국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이 2013년 주석직에 오른 후 인민은행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블룸버그는 “시 주석의 행보는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중국 정부의 최근의 움직임을 더 강화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는 고위 관료들의 숙청과 미국과의 불안정한 관계 속에서 시 주석이 경제를 소홀히 대하고 있다는 일부 투자자들의 우려를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중국은 이달 20일부터 이날까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6차 회의를 열고 리상푸 국방부장을 전격 해임했다. 리 부장은 두 달 가까이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아 외신들은 리 부장이 부패 문제 등으로 이미 사실상 해임된 상태라는 관측을 내놓은 바 있다. 앞서 올 7월 친강 당시 외교부장도 돌연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가 전격 경질된 바 있다.
최근 외국인투자가들이 중국을 떠나면서 시장이 휘청이고 있다. 이달 20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3000선이 붕괴됐다. 중국 주식시장은 지난해 10월 말부터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해제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가파르게 올랐지만 최근 지난 1년 동안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중국 내 자본 유출도 2016년 이후 7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자본 순유출 규모는 전월 대비 80% 가까이 늘어난 750억 달러(약 101조 5000억 원)에 달해 2016년 말 이후 가장 많았다.
한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시 주석의 이번 외환관리국 방문 목적 중 하나는 3조 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외환보유액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7월 기준 미국 국채 보유액은 8218억 달러(1092조 원)로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위안화 약세를 막기 위한 달러 ‘실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과 미국 국채금리 급등을 유도해 경제를 흔들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시 주석이 외환관리국을 찾았다는 것은 이런 행보에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진단이다.
블룸버그는 “시 주석의 방문으로 정책 당국자들이 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 실행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가주석이 직접 인민은행을 방문함으로써 당국자들도 경기 부양과 금융 안정을 위해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일 수 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그동안 중국은 대규모 부양책이나 시장 개입은 자제해왔다”고 평가했다.
실제 중국당국은 이날 재정적자를 GDP의 3.8%로 하는 방안을 이날 승인했다. 일반적으로 중국은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3% 이내에서 관리해왔다. 블룸버그는 "이 계획에는 재난 구호와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4분기에 1조 위안의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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