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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공정위의 고발지침 개정안 전면 재검토해야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부정관여 특수관계인 우선 고발

전문성 팽개치고 업무 檢이관 꼴

고유 조사·판단 권한 포기한 것

공정거래법·형사법과도 안 맞아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의 고발에 관한 지침’을 개정한다는 행정 예고를 했다. 주요 개정 내용은 ‘사익 편취 행위’가 중대해 해당 행위를 한 사업자(법인)를 고발할 때 관여 특수관계인도 원칙적으로 함께 고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개정 취지는 종래 공정위의 (임의) 조사 권한만으로는 특수관계인의 사익 편취 행위 관여 정도를 증명할 수 없어 고발하지 못한 사례가 많았으므로, 특수관계인을 일단 고발함으로써 검찰의 수사를 통해 특수관계인의 관여 정도를 명백히 밝힐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 한다. 쉽게 말해 특수관계인의 범죄 성립에 관한 명백한 증거를 찾지 못했으니 일단 고발부터 해 검찰 수사를 촉구한다는 뜻이다.



이는 공정위가 독립된 행정관청으로서 자신에게 부여된 공정위 고유의 조사 및 판단 권한을 스스로 포기해 검찰에 이관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경제 경찰’이라는 공정위에 조사권을 부여한 이유가 무엇인가. 경제·경영에 관한 지식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법률 전문가 집단인 검찰이 공정거래 문제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경제·경영 전문가들로 조직된 공정위가 조사해 고발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것이 아니었던가. 고발지침 개정안은 공정위가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전문성을 팽개치고 관련 업무를 검찰에 이관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공정위가 사건을 조사할 조사 역량과 실력이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며 공정위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하는 처사가 아닌가.

공정위의 고발지침 개정안은 공정거래법과도 맞지 않는다. 동법 제129조 제2항은 “위반의 정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중대한 경우에 한하여 행위자를 고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에 고발하기 전에 범죄 사실의 존재가 객관적으로 명백해야 하고 그 범죄가 중대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공정위가 특수관계인의 사익 편취 행위 관여 정도를 증명할 수 없다면 범죄의 존재가 객관적으로 명백히 밝혀졌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중대성 여부도 알 수 없기 때문에 고발해서는 안 된다. 과거 공정위는 증거가 명백하지 않은 상황에서 증거 확보를 목적으로 고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사실이 있다. 당연하고도 타당한 결정이었다. 이처럼 명백한 범죄행위에 대해서만 고발이 가능하다는 당시 공정위의 입장은 어디로 갔나.

또한 고발지침 개정안 제2조 제3항은 원칙적 고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현저한’ 생명·건강 등 안전에의 영향, ‘현저한’ 사회적 파급 효과, ‘현저한’ 국가 재정에의 영향, ‘현저한’ 중소기업에 대한 피해 등을 고려해 특수관계인을 고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여기 공통적으로 열거된 ‘현저한’이라는 것은 추상적·주관적 개념으로서 범죄 구성 요건에 대한 판단이 자의적일 수밖에 없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한다. ‘안전·사회적 파급 효과, 국가 재정에의 영향, 중소기업에 대한 피해 등’이라는 것들도 마찬가지다. 공정위가 이처럼 모호한 상황에서 광범위한 고발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지침의 한계를 벗어나는 문제가 있다. 더 큰 문제는 형사 범죄의 필수 요건인 (특수관계인의) 주관적 요건(고의)을 완전히 도외시한다는 점이다. 이는 형사법의 기본 원리에조차 맞지 않는다. 공정위는 고발지침 개정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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