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협으로부터 한반도를 지키기 위한 한미 ‘핵우산’ 공약이 새로운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 군 관계자들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반덴버그 공군기지를 방문해 미국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 시험발사를 참관했다. 한국 대표단의 미국 ICBM 론칭 현장 참관은 2016년 이후 7년 만이며 역대 두 번째다.
1일 국방부에 따르면 한미 핵협의그룹(NCG)의 국방 당국 대표인 허태근 국방정책실장과 비핀 나랑 미 국방부 우주정책수석부차관보 등 양국 군 관계자들은 지난달 31일 반덴버그 기지에서 실시된 미니트맨3 시험발사를 공동 참관했다.
이번 참관은 ‘워싱턴선언’에 따른 한미 확장 억제 실효성 강화 차원에서 미측 제안으로 이뤄졌다. 미니트맨3 ICBM 시험발사 참관에 앞서 미 전략자산의 능력과 운용 체계 등에 대한 브리핑도 진행됐다. 미니트맨3는 모의 탄두를 장착한 상태로 지하 발사 시설(사일로·silo)에서 쏴 올려진 뒤 약 7600㎞를 날아가 태평양 마셜제도 인근 콰절레인 해역에 낙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폭격기·전략핵잠수함(SSBN)과 함께 미국의 3대 핵전력인 미니트맨3는 최대 450kt(킬로톤·1kt은 TNT 1000톤의 파괴력)급 핵탄두 3발을 장착하고 지구상 어느 곳이든 30분 내 타격이 가능하다. 캘리포니아에서 평양까지도 30분 내 도달할 수 있다.
국방부는 “올해 2월 킹스베이 전략핵잠수함 기지 방문, 7월 전략핵잠수함 켄터키함의 부산항 기항, 10월 전략폭격기 한국 공군기지 착륙에 이어 이번 미 ICBM 발사까지 참관함으로써 미국의 핵 3축 운용 현장에 한미가 함께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북한 핵위협에 맞서 미국의 핵우산 공약이 한치 의심의 여지가 없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대표단은 반덴버그 공군기지 내 미사일 방어 부대도 방문해 미 본토를 방어하고 동맹에 대한 확장 억제 공약에 기여하는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 발사 시설도 확인했다. GBI는 미 본토로 날아오는 핵미사일을 최대 2000㎞ 고도까지 상승해 요격할 수 있다.
국방부는 “지상발사요격미사일 능력이 북한을 포함한 적대국의 핵·미사일 공격을 억제하고 미국 본토를 방어하는 핵심 수단이며 미국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동맹에 확장 억제를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미 동맹 강화는 외교 차원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특히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8~9일 방한해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갖는다고 외교부는 1일 밝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블링컨 장관의 방한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번 블링컨 장관과의 회담에서 한미 동맹, 북한 문제, 경제 안보, 첨단 기술, 지역·국제 정세 등에 대해 폭넓게 협의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러시아에 대규모 불법 무기 공급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보다 강력한 제재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정보위원회가 이날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받은 업무 보고 내용에 따르면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위해 올해 8월 초부터 포탄 등 각종 무기를 십여 차례 수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송 수단은 선박·수송기 등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은 100만 발 이상의 포탄을 러시아에 제공한 것으로 국정원은 파악했다. 정보위 여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100만 발 이상의 포탄 물량에 대해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두 달 이상 사용 가능한 양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무기 전문가를 러시아에 파견하기도 했다고 보고했다. 유 의원은 “국정원은 북한이 10월 중순께 무기 운영법과 전술을 위해 방사포 전문가 위주로 구성된 전문가들을 러시아에 파견한 정황도 입수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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