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주민등록번호를 사기범에게 불러준 적 있으시면 주민센터에 즉시 신고하시기 바랍니다.”
점심식사를 코앞에 둔 8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에 있는 전기통신금융사기통합신고대응센터의 상담원 26명은 쉴 새 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분주했다. 보이스피싱 등 전기통신금융사기 신고부터 피해구제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센터가 정식 운영된 지 불과 한 달여밖에 되지 않지만, 이곳에 걸려오는 전화는 하루 1000건에 달했다.
이날 센터 사무실에서 만난 김종민 센터장은 “센터가 운영되면서 매일 범죄 데이터가 수집되고 있다”며 “최종적인 목표는 일기예보처럼 범죄 피해가 발생하기 전 이를 사전에 예방하고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보이스피싱 등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를 막기 위한 범정부 합동 대응시스템인 센터는 지난 7월 20일 개소했다. 지난달 4일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가면서 전체 상담건수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정식 운영 후 1주간 하루 평균 568건이었던 상담건수는 4주차에는 1116건으로 100% 가까이 증가했다. 상담 이후 범죄 피해를 막은 실제 사례도 나왔다.
센터는 지난 8월 18일 검찰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속아 계좌를 개설한 민원인이 1차 상담 후 연락이 끊기자 112에 신고자 위치추적을 요청해 인출책을 검거했다. 피해자는 4000만 원에 달하는 큰 금액을 일당에게 뜯길 뻔했다. 검찰과 경찰, 은행직원을 사칭하는 범죄자에게 속아 지난달 27일 호텔에 들어간 신고자는 센터 상담을 통해 범죄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
특히 사기범죄는 신고창구가 기관 별로 분산 돼 신고포기 등 암수범죄가 상당한 만큼 센터는 신종수법을 분석해 피해를 사전에 차단할 방침이다. 신고창구가 일원화된 지난 9월 18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센터에 접수된 신고제보 건수는 2만 1540건으로 같은 기간 1543건에 불과한 피해사건의 14배에 달해 알려지지 않은 범죄가 많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센터는 전화상담 시스템에 ‘신종사기’ 코드를 추가해 신종 수법과 미끼 단어 등 데이터를 분석해 사전에 범죄를 차단할 계획이다.
다만 상담량이 증가하면서 응대율이 떨어지고 있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정식운영 후 15건에 불과했던 상담포기 건수는 4주차에 들어 330건으로 증가했고, 응대율 역시 같은 소폭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혁진 센터 준비단 팀장은 “포기건수 감소를 위해 상담시간을 줄일 경우 형식적인 상담이 될 수 있다”며 “심도있는 상담을 위해 향후 충분한 상담인력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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