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여당 내 통합을 위해 찾아온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앞에서 무너진 당내 기강을 지적하고 친윤계를 향한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혁신위 대상은 영남권 중진이 아니라 일부 초선·원외 의원 및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라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홍 시장은 8일 대구 산격동 시청 청사에서 인 위원장을 만나 초선·원외 등의 친윤계 인사들이 당 분위기를 해치는 주범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일부 친윤계 초선의원 등을 겨냥해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듣보잡’들이 너무 설친다”며 “그러니까 위계질서가 무너지고 당의 허리가 없다”고 일갈했다. 아울러 “초선·원외가 나서 중진들의 군기를 잡아 중진들 역할이 없어졌다”며 “위계질서가 다 깨지고 당이 개판이 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 시장은 “대통령을 호가호위하고 이용해먹는 세력들이 문제”라며 친윤계 주류를 조준했다. 또한 “(윤 대통령을) 이용하는 세력들은 윤석열 정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홍 시장은 다만 윤 대통령에 대해서는 “권모술수를 모르는 사람”이라며 “대통령이 비난 받는 것이 안타깝다”고 감쌌다. 또한 “대통령이 최근에 (문제를) 깨닫고 자기를 이용해 먹는 세력들을 멀리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시장은 이준석 전 대표의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 전 대표 같은 경우 얼마나 많은 듣보잡이 나서서 조리돌림을 했느냐”며 이 전 대표가 당에 돌아올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런 맥락에서 “(내년 총선에서 여당 후보로) 노원에 가본들 이준석이 100% 떨어진다”며 이 전 대표의 비례대표 정당 창당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어서 “이준석이 신당을 만들면 김기현 대표는 먹잇감이 된다”고 내다봤다.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나는 당 30년 지킨 사람”이라며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실개천과 다르다”고 말해 탈당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인 위원장은 홍 시장에게 “(당의 혁신을) 안 할 수 없게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며 “분위기 만드는 것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홍 시장은 웃으며 “듣보잡들 때문에 싫다”고 거절했다. 이어 “듣보잡들, 설치는 애들은 내년에 자동 정리될 것”이라며 “정리되고 난 뒤에 새로 시작하면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인 위원장이 “연말까지 좀 도와주시면 안 되겠냐”고 거듭 요청했으나 홍 시장은 “인 박사를 만나 말하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에둘러 답했다. 인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홍 시장에 대해 “거침 없는 분”이라며 “너무 많은 말씀을 주셔서 한참 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이후 서울로 올라와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했다. 인 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만델라처럼 살아야 한다’는 강의를 들었다”며 독대 경험을 언급했다. 행사장에 참여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이 대표님 이제 정쟁 좀 그만하자”고 제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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