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명 극단의 소속 여배우가 선배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한 끝에 세상을 등진 사건이 발생하자 극단측이 이에 대한 책임과 함께 사과했다. 또 고바 겐시 극단대표는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보상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아 유족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14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다카라주카 고바 대표는 서부 다카라주카 시에 있는 극단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성 단원들에게 강한 심리적 부담을 준 것에 대해 부인할 수 없다”며 “우리가 피해자를 돌보는 임무를 충실히 해내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유족들을 향해서도 그는 “가족의 소중한 사람을 보호하지 못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전한다”고 했다. 그러나 보상에 관련해서는 “안타깝게도 아직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애매한 답을 내놨다.
다만 대표와 다른 두 임원은 재발방지를 위한 새로운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근무해야 하는 날을 주당 며칠로 제한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소속 배우들은 “그들은 우리들이 얼마나 극단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임원들은 (직원들의) 불만을 접수한 적이 없으며 인원 부족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극단 측은 지난 9월30일 숨진채 발견된 여배우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유족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앞서 문춘주간에 따르면 사건 당일 오전 7시께 아파트 주민들이 부지 내 주차장에서 A씨가 엎드려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조사 결과 다카라주카 극단 소속 배우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외부 개입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건물 최고층인 18층에서 A씨의 가방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A씨는 생전 같은 극단 배우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매체는 전했다.
사고 전날인 29일 A씨는 극단에서 첫 공연을 한 후 집에 돌아가지 않고 그의 어머니에게 “너무 힘들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로 알려졌다.
문춘주간은 A씨를 아는 극단 내부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 상급생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이들에 따르면 A씨는 연습기간 동안 4명의 극단 선배들에게 둘러싸여 “너는 머리가 나빠” “아이디어가 없다” 등 언어적 폭력에 시달렸다. 또한 극단 선배는 앞머리 정리법을 알려준다는 이유로 고데기로 이마와 얼굴에 화상을 입히는 등 신체적 가해도 일삼았다.
그러나 극단 측 변호사들을 조사 결과 왕따나 성희롱 같은 것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기자회견에서 발표했다. 다만 “오랫동안 일해야 한다는 부담과 윗사람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심하게 당한 것이 겹쳐져 그런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데기 의혹에 대해서도 극단측은 부인했다. 수사관들 역시 이같은 의혹에 대해 “확인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라고 아사히 신문에 보도했다.
하지만 유족은 극단 측이 보상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과로 뿐만 아니라 윗사람들이 여배우의 정신과 신체 건강을 해친 것이 벼랑 끝으로 몰았다는 것이 유족 측 변호사의 주장이다.
변호사에 따르면 여배우는 극단과 용역 계약을 맺고 있어 한달에 무려 277시간 이상 근무했다. 극단이 책정한 한 달 근로시간 상한은 118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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