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을 망치게 생겼어요. 공사 계획이 있었다면 예약을 받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서울 강남구의 한 유명 예식장이 건물 리모델링을 이유로 예약을 취소해 결혼식을 앞둔 예비 부부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예식 서비스와 관련된 소비자들의 권익 제고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일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T 예식장 측은 3일 예비 부부 약 70쌍에게 “리모델링을 이유로 내년 4월과 5월 예식을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예비 부부들은 이 같은 업체의 취소 통보가 일방적 ‘횡포’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4월 예식을 앞둔 예비 신부 A 씨는 “업체 측에 공사 일정이 언제부터 정해져 있었는지 재차 물었지만 답을 받을 수 없었다”면서 “또 다른 예약자는 공사 계획에 관한 내용증명을 보냈는데도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인기 있는 예식장은 1년 전에 미리 예약이 마감되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인생 일대의 행사를 망치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사업자의 귀책 사유로 예식일 예정일로부터 150일 전까지 계약 해제 통보 시 ‘계약금 환급’을 해결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예식장은 이를 근거로 위약금이 발생하지 않으나 계약을 취소하면 위로금 차원에서 5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1~3월로의 예약 일시 변경과 협약을 맺은 인근 예식장으로 예약 이전을 제시했다. 예식장 측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메일을 내년 4월 1일을 기준으로 150일 이전인 이달 3일 발송했다.
최소 1년 전부터 결혼식을 준비해온 예비 부부들은 보상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예비 신랑 김 모 씨는 “업체가 말한 인근 예식장의 경우 이미 예약이 다 차 있어서 남은 시간대는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며 “교통편 대절, 헤어·메이크업 예약금 등 예약 취소로 인한 다른 부수적인 피해 보상은 일절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와 관련해 업체 측은 “별도의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소비자원에 따르면 예식 서비스 관련 피해 구제 신청 현황은 21년 281건, 22년 345건, 23년 9월까지 299건으로 증가 추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원에 집단으로 피해 구제 신청을 한 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분쟁 조정을 거칠 수 있지만 이 역시 구속력은 없다”며 “소비자들의 입장과 괴리가 있는 분쟁조정위원회의 판단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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