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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일 만에 경제수석으로 떠난 박춘섭 금통위원이 남긴 4가지 [조지원의 BOK리포트]

7개월 만에 떠나 역대 최단 기록

가장 중요할 때 공백 장기화 우려

다시 불거진 ‘무더기 교체’ 리스크

잠시 거쳐가는 ‘중간 정류장’ 가능성





올해 11월 한 달 동안 한국은행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인물은 박춘섭(사진) 전 금융통화위원이었다. 올해 4월 금통위원으로 임명된 지 불과 7개월 만에 대통령실 경제수석으로 갈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결국 경제수석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① 1997년 한은법 개정 이후 최단기간 금통위원

박 수석이 남긴 첫 번째 기록은 한은의 독립성이 강화된 1997년 한국은행법 6차 개정 이후 역대 최단기 금통위원이다. 올해 4월 21일 금융위원회 추천으로 임명돼 12월 1일 이임식을 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225일이다. 7개월 하고도 18일이다. 박 수석은 5월, 7월, 8월, 10월과 마지막 11월까지 불과 다섯 번의 금리 결정에 참여했다. 모두 금리를 만장일치 동결한 만큼 박 수석의 소수의견은 없었다.

박 수석 이전에도 금통위원 임기 중간에 다른 자리로 떠난 사례가 있었으나 이토록 짧은 기간에 옮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승우 위원은 1998년 4월에 와서 2002년 1월 임기 만료 4개월을 남겨두고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병일 위원도 2002년 4월 취임해 2003년 12월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떠났다. 약 1년 8개월이다. 강영주 위원은 2002년 4월 임명돼 2년 만인 2002년 4월 증권거래소 이사장이 됐다. 최운열 위원은 2002년 4월 취임해 1년 8개월 만에 그만두게 됐으나 이는 한국증권업협회 추천 자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후로는 금통위원 대부분이 임기를 끝까지 지켰다. 이성남(2004년 4월~2008년 3월) 위원이 비례대표 1번이 되면서 임기 한 달 전에 떠난 정도다. 2021년 8월 고승범 위원이 금융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임기 1년 4개월 만에 그만두게 됐으나 이는 조금 다른 사례로 봐야 한다. 고승범 위원은 이미 2016년 4월부터 2020년 4월까지 4년 임기를 수행하고 사상 최초로 연임한 뒤 2기 임기 도중에 떠났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11.30 사진공동취재단


② 정책 전환기에 공백 장기화 우려

한은 내부에선 박 수석이 7개월 만에 경제수석으로 가는 자체를 크게 문제 삼는 분위기는 아니다. 문제는 박 수석이 떠난 이후다. 박 수석의 후임 금통위원이 ‘누가 될 것이냐’ 만큼 큰 문제가 ‘언제 오느냐’다. 공백이 장기화한다면 당분간 금통위는 6인 체제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후임자 인선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 수석의 후임자는 2027년 4월까지 잔여 임기인 약 3년 5개월을 채우게 된다. 인선이 늦어지면 그만큼 임기는 짧아진다.

금리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지고 있었으나 이창용 한은 총재의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적 정책방향 제시)는 미묘한 변화가 나타나던 만큼 금통위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이 중요한 시기였다. 이 총재는 금리 결정 직후 향후 3개월 이내 금리 향방에 대해 본인을 제외한 금통위원 6명의 의견을 전달하는 식으로 시장과 소통하고 있다.

5월과 7월, 8월까진 금통위원 전원이 만장일치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으나 10월엔 인상과 인하를 모두 고민하자는 위원 한 명이 처음 등장해 처음 변화가 생겼다. 특히 11월엔 6명 중 4명이 추가 인상을 열어둔 반면 2명이 금리를 동결하자는 의견을 냈다. 박 수석이 추가 인상이냐 동결이냐에 따라 역학구조가 달라질 수 있는 환경이다. 통화정책이 중요한 현시점에서 박 수석의 예상치 못한 이탈로 큰 변수가 생긴 셈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11.30 사진공동취재단




③ 외부 금통위원 5명 中 3명 한꺼번에 교체

박 수석이 갑자기 떠나면서 금통위원 구성 변화의 폭이 커지게 된 것도 예상치 못한 리스크다. 조윤제 위원과 서영경 위원의 임기는 내년 4월 20일까지다. 당연직 금통위원인 이 총재와 유상대 부총재를 제외한 외부 금통위원 5명 중 3명이 한꺼번에 바뀌면서 과반수가 무더기로 교체되는 상황이다.

금통위원이 한꺼번에 바뀌면서 통화정책 연속성 측면에서 부작용이 커지는 문제를 막기 위해 2018년 한은법까지 개정했으나 이러한 노력이 무색해진 것이다. 당시 국회는 교차임기제를 도입해 한은 총재와 금융위원장이 추천하는 금통위원의 임기를 4년에서 3년으로 한 차례 줄인 바 있다. 후임 금통위원의 임기가 전임자 임기 종료일부터 시작되는 것도 이때부터다.

앞서 언급했듯이 통화정책 중요도가 높아진 현시점에서 금통위원 무더기 교체 리스크는 시장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한은의 한 직원은 “금통위원 인적 구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갑자기 생겼다”며 “박 수석이 가는 것보단 금통위원이 한꺼번에 바뀌게 된 것이 더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장상윤(왼쪽부터) 사회수석과 박춘섭 경제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한오섭 정무수석, 이관섭 정책실장이 3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 참석해 있다. 오승현 기자 2023.12.03


④ 연봉 3억 받으며 ‘거쳐 가는 자리’ 되나

마지막은 통화정책의 독립성 문제다. 금통위원들이 수석이나 장관 등으로 자리를 옮길 때마다 독립성 논란이 발생해 왔다. 통화정책 운용 과정에서 경제·금융 여건이 아닌 다음 자리를 생각하고 결정한다면 국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금통위원의 임기가 법으로 보장되고 3억 원이 넘는 연봉을 지급하는 것도 전문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통화정책을 수행해달라는 의미가 담겼다.

다만 이번 박 수석의 대통령실 직행으로 한은 통화정책이 바로 영향을 받으며 통화정책을 침해할 수 있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이 총재가 정부 관계자들과 주기적으로 F4(Finance 4) 회의를 갖는 등 정책 공조를 중시하는 만큼 박 수석이 이에 개입할 필요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은 내부에선 박 수석이 한은 사정을 잘 알게 된 만큼 정부에 고금리 유지 필요성을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반응마저 나온다.

우려되는 것은 금통위원 자리가 관료 등 일부 인사들이 잠시 쉬어가거나 거쳐 가는 중간 정거장으로 전락할 가능성이다. 그렇게 된다면 통화정책의 연속성은 물론이고 전문성까지 훼손될 수 있다. 더는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여겨졌던 통화정책 독립성에 대한 언급이 이뤄지는 것도 박 수석이 한은에 남긴 유산이다.

※ ‘조지원의 BOK리포트’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Bank of Korea)을 중심으로 국내 경제·금융 전반의 소식을 전합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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