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통치하는 무장정파 하마스의 광대한 지하터널을 무력화하기 위해 바닷물을 끌어와 침수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4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이 이 같은 계획을 지난달 초 미국에 알려왔고, 11월 중순에는 대형 펌프 최소 5개의 조립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이 펌프는 가자시티 서부 지중해 쪽에 위치한 알 샤티 난민촌에서 북쪽으로 약 1마일 떨어진 곳에 설치됐고, 한 개의 펌프 당 지중해의 바닷물을 시간 당 수천 입방미터씩 하마스의 터널에 주입해 수 주 안에 침수시킬 수 있다. 이른바 ‘소금물 작전’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이스라엘은 이 계획의 실행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 내부에서도 찬반 양론이 맞서고 있다. 이 계획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 작전으로 하마스와 인질들을 터널에서 나오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하마스가 구축한 터널이 최소 800개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마스 측에 억류된 인질은 200여 명이다.
반면 하마스 터널의 실체를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하마스를 끌어낸다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고 토양만 오염시킬 수 있다는 점은 문제다. 현재 대부분의 가자지구 민간인들은 깨끗한 물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하수를 끌어올려 정화시키는 장비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고 이스라엘에서 가자지구로 가던 3개의 수도 공급 파이프라인도 1개는 폐쇄됐고 나머지 2개도 공급량을 대폭 줄였다. 이런 상황에서 토양에 소금물이 스며든다면 민간인들이 쓸 수 있는 물은 더 줄어들게 된다.
이와 관련, 미국의 전직 관리들은 “이 계획은 조 바이든 행정부를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하고 전세계의 비판을 불러올 것:이라면서도 "영구적으로 하마스 터널 시스템을 제거할 수 있는 몇 안되는 효과적인 계획 중 하나”라고 말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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