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알게 된 20대 일본인 여성이 국내에 입국해 자신을 만나자 호텔에서 폭행하고 금품을 갈취한 캐나다 국적 재외동포 30대 남성이 범행의 고의성을 부인했다. 그는 폭행 및 협박 혐의가 사전에 합의된 ‘성적 역할놀이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했다.
5일 뉴시스는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류호중) 심리로 열린 이날 첫 재판에서 강도 혐의로 구속 기소된 A(38)씨가 “피해자를 협박할 의도가 없었고 강취도 고의가 아니었다”며 혐의 일부를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A씨의 변호인은 "공소장에 적힌 폭행 및 협박 행위는 피해여성이 한국에 오기 전 피고인과 합의한 성적인 역할놀이의 일환이었다"면서 "경찰 조사 과정에서는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창피해 이 역할 플레이에 대해 진술하지 않은 것"이라고 항변했다.
또 "피고인은 피해자의 현금 16만원을 빼앗은 사실이 없다"며 "함께 지내는 동안 피해자가 교통카드를 충전하거나 여러 차례 현금을 사용한 사실을 기억 못하고 피고인을 오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의 쇼핑용 가방을 불법영득의사로 가져간 것이 아니다"면서 "쇼핑백을 임시 보관했다가 피해자에게 돌려주려 했고 피고인은 집에 가던 길에 퀵서비스를 불러 파출소로 쇼핑백을 바로 보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재판장이 "쇼핑백을 왜 직접 파출소에 갖다주지 않았냐"고 묻자 A씨 측은 "피고인은 피해 여성이 어떤 식으로든 경찰에 연락하면 자신이 범죄 등에 연루돼 곤욕을 치를 거란 생각에 안전하게 퀵서비스로 보낸 것"이라고 답했다.
A씨의 변호인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의 오해로 생긴 연인과의 다툼일 뿐, 강취를 위해 폭행 및 협박한 것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다만 공소사실 중 숙박업소에서 복도로 나가는 피해자를 피고인이 잡아 객실로 끌고 들어온 행위나 일본어 번역 앱을 통해 “나와 헤어지면 너를 죽이고 나도 죽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에 대해서는 A씨 측도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검찰은 범행 이틀 후 피해 여성이 일본으로 출국함에 따라 현재 연락할 방법이 있는지, 증인신문은 가능한지 등에 관해 확인하기로 했다. 그러자 A씨 측 변호인은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 기회가 있다면 용서나 합의를 시도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하기도 했다.
앞서 A씨는 지난 9월16일 오전 10시30분께 인천시 남동구 모텔에서 일본 국적의 20대 여성 B씨를 폭행하고 16만원 상당의 현금과 휴대전화·지갑·가방 등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범행 당일 A씨가 B씨의 짐을 함부로 뒤지면서 다툼이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B씨가 짐을 챙겨 객실을 나가려 하자 A씨는 B씨를 다시 강제로 객실로 끌고 들어갔다. 이후 B씨의 양손을 옷으로 묶고 테이프로 입을 막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B씨의 손을 결박하고 마스크를 씌운 상태로 B씨를 인근 공원으로 끌고가 "나랑 같이 살지 않으면 죽여버릴 수 있다"며 협박했다.
A씨가 방심한 틈을 타 도망친 B씨는 지나가는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시민이 경찰에 신고하자 A씨는 B씨의 소지품을 챙겨 현장에서 도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통신수사 등으로 A씨의 소재를 확인해 서울경찰청과의 공조 수사로 추적 4시간 끝에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검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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