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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보다 무서워하는 전략무기는…전방 30km까지 北실상 알리는 대북확성기[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대북 방송, 북한 주민의 신뢰도 높아

“지금 北현실서 과거보다 효과 높아”

전단, 평양까지 날아가 北실상 전파

지난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육군 9사단 교하중대 교하소초 장병들이 그해 5월 1일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 통제구역내 설치돼 있는 고정형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파주=권욱기자




북한이 군사 정찰위성을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이 긴장하고 있다. 북한이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정찰위성 발사가 위협적인 것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쏘는 기술과 위성을 쏘아 올리는 기술이 같기 때문이다. 미국을 포함해 언제든 전 세계로 핵탄두를 탑재한 ICBM을 발사할 수 있다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실질적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주변국에 위협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이처럼 북한이 핵탄두 탑재 탄도미사일을 보유하려는 것은 한미 군 당국의 구축한 ‘핵 3축 체계’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에 나설 경우 핵 3축인 전략폭격기와 전략핵추진잠수함, 대륙간탄도미사일 등에 핵이 탑재돼 북한의 지휘부를 공격해 일망타진함으로써 북한 정권을 몰락시킬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한다.

그러나 북한 정권,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보다 더 무서워하는 전략 무기가 있다. 바로 대북 확성기와 대북 전단이다. 당장 2015년 8월 목함지뢰 도발에 따른 대응조치로 우리 군이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인민군 전선사령부의 공개경고장을 통해 “중단하지 않으면 무차별 타격하겠다”고 반발했다.

지난 2016년 1월에도 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을 8.25 남북합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으로 규정하고 대북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개하기로 했다. 역시 북한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군사적 행동으로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남북간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에겐 ‘쥐약’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이 가장 아파하는 심리전 수단’으로 꼽힌다. 출력을 최대로 높일 경우 야간에 약 24km, 주간에 10여km 떨어진 지역에서도 방송 내용을 정확하게 들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북한의 용천역 폭발사고 당시 “용천역에서 대규모 폭발이 있어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했는데 대한민국은 동포애 차원에서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는 내용을 실시간으로 방송하며 전달했다. 이후 북한군 최전방 부대 병사들이 가족에게 쓴 편지에 용천역 폭발사고 내용도 적혀 북한군이 발칵 뒤집혔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방송 효과 탓인지 북한 군의 탈영병과 탈북자들까지 늘면서 북한 내부의 사상적 와해현상이 심해져 북한 지휘부가 큰 위기감을 갖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보 당국 관계자는 “북 도발에 대응할 확장억제 핵심인 전략자산 전개 등 미국과 협의가 필요한 대북 압박카드를 제외하면 확성기 같은 대북 방송은 우리 정부 결심만으로 언제든 사용이 가능한 가장 무서운 전력무기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북 방송과 전단 내용은 주로 북한사회 실상에 관한 것이다. 여기에 북한의 내부 소식뿐 아니라 북한 인권 탄압 실태와 인권의 중요성까지 방송으로 내보기도 한다. 북한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북한에겐 ‘쥐약’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를 내놓은 것은 이 같은 이유다.



우리 군이 보유한 고정식·이동식 확성기에는 고출력 스피커가 있다. 이 스피커를 통해 20km 안팎 전방으로 북한 실상을 다룬 뉴스와 기상 정보, 가요 등을 방송하면 북한군 부대는 물론이고 접경지역 주민들에게까지 소리가 전달된다. 저녁 시간에는 청취 거리가 최대 30km까지 성능을 발휘한다.

이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내부 동요를 유발할 수 있어 확성기 효과는 생각 이상이다. 게다가 북한 주민들은 물론이고 북한군 내부에서도 확성기 방송 내용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김정일 때문에 한국 정부가 향후 2년동안 쌀을 보내지 않을 것이다”라는 한마디만 던져도 북한 시장에는 쌀들이 모두 사라지고 시장이 요동친다고 한다. 북한에서 쌀값은 민심으로 통한다. 가뜩이나 화폐교환 후유증에 시달리는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쌀값 가격 급등으로 민심의 거센 저항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그 어떤 재래식 무기 보다 강력한 폭발력과 함께 북한 지휘부를 흔들게 만드는 셈이다.



北 지휘부, ’위력적 심리전 도구'로 인식


최전방 북한군 부대와 접경지역 주민들이 방송 내용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북한 정권 입장에서는 '위력적인 심리전 도구'로 인식될 수 밖에 없다. 군과 주민 동요를 끌어내는 효과가 있기에 북한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남북 대화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단을 요구하는 것도 이 같은 까닭이다. 반면 북한은 대북 확성기에 맞대응해 대남 확성기 방송 시설을 설치했으나 출력이 낮고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효과는 거두지 못하는 있다.

이처럼 대북 확성기는 대북 심리전에서 북한을 위협할 치명적인 무기다. 2017년 6월 중부전선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온 북한군 귀순자도 대북 확성기 방송이 귀순 결심에 영향을 줬다고 진술한 것이 이에 대한 반증이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확성기를 통한 대북 방송을 재개한다면 지금 북한의 현실을 감안하면 과거보다 더 효과가 더 클 것”이라며 “요즘 군에 입대하는 장병들은 고향에서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몰래 시청해 온 세대라 남한 언어에 친숙하다”고 했다.



북한을 떨게 할 또 다른 카드는 민간의 대북 전단 발송 허용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북한 지도부는 탈북자를 중심으로 한 민간 차원의 대북 전단(삐라) 발송에 강하게 반발해 왔다. 2008년 10월 남북 군사실무회담 때 북측 대표단은 민간단체의 전단 수백 장을 모은 박스를 회담장에 가져와 내던지는 모습을 연출하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북한 군부 또한 그해 같은 달 16일에 이 문제를 거론하며 개성공단 통행 제한 및 차단은 물론 ‘그 이상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위협까지 했다.

북한이 남측에서 날라오는 삐라에 이처럼 민감한 이유는 무엇일까. 손광주 데일리NK의 편집장은 “북한은 선전선동의 나라이기 때문에 삐라로 외부 정보의 유통 차단에 실패하면 체제의 붕괴를 가져올 수 위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적으로, 탈북자들에 따르면 2009년 노동당 창건 기념일인 9·9절에 남측 민간단체들이 보낸 전단이 평양의 심장인 김일성광장에 떨어져 한바탕 난리가 났다고 한다. 전단의 제목은 ‘김정일을 고발(신고)합니다’였다. 선전선동과 함께 외부 정보의 통제를 기반으로 체제를 유지하는 북한의 심장부가 뚫리면서 북한 지휘부가 발칵 뒤집힌 것이다.

전단 통해 김정은 호화생활 등 부패 알려


북한의 체제유지 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에 보내는 고발장 형식의 이 전단은 그의 죄목을 ①특수절도죄 ②특수강간 및 미성년 폭행죄 ③경력기만 및 특수사기 ④납치 및 특수살인죄 ⑤특수 정치범 등 다섯 가지로 명시했다.

북한 군부가 속을 끓이는 배경도 과격한 반응을 보이는 하나의 이유다.

남한에서 발송되는 전단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호화생활 등 부패 실상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 존엄에게 찍히지 않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는 과격하게 대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일부 북한 당국자들은 ‘삐라에 후천면역결핍증(AIDS·에이즈) 균이 묻었다’는 등의 악성 선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를 믿는 주민은 거의 없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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