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1200개에 가까운 글로벌 테크 기업이 감원을 진행해 총 26만여 명이 해고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원 속도는 줄어들고 있으나 올 한 해 화두였던 인공지능(AI)이 내년 각 기업에 본격 적용되며 인력 수요가 줄어 추가적인 감축이 예상된다.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넘치는 유동성을 타고 몸값이 높아졌던 IT 인력들이 순식간에 ‘자리’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는 평가다
28일(현지 시간) 글로벌 테크 기업 감원 현황을 추적하는 ‘레이오프(layoff.fyi)’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1179개 기업이 26만 1847명을 해고했다. 지난해 총해고는 1064개 기업에서 16만 4969명 규모로 이뤄졌다. 올해 들어 해고된 인원이 58.7% 늘어난 것이다. 크리스마스 연휴에도 해고 당한 사례가 있었다. 크리스마스 직전에는 터널을 이용한 초고속 미래 교통수단 개발을 목표로 하던 ‘하이퍼루프원’이 문을 닫았다. 인텔도 새크라멘토 지사에서 300명을 해고했다.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인도 최대 핀테크 기업이자 세계 3대 전자 결제 업체 중 하나인 페이티엠이 1000명을 감원했다.
빅테크 직원도 정리 해고를 피하지는 못했다. 올해 가장 많은 인원을 감축한 기업은 아마존으로 총 2만 7000여 명을 해고했다. 메타가 2만 1000명, 구글이 1만 2000명, 마이크로소프트(MS)가 1만 1000명을 감원했다. 메타는 전체 직원 20% 이상을 줄였고 구글은 6%, MS는 5%가 해고 당했다.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X(옛 트위터)는 해고 인원이 3700명으로 빅테크 중에서는 적은 편이었으나 감원 비중이 50%에 달했다.
분야별로는 기타(5만 5543명)를 제외하면 리테일(3만 2133명), 컨슈머(3만 103명), 하드웨어(2만 3943명), 푸드(1만 9682명), 헬스케어(1만 8135명), 파이낸스(1만 5201명) 순으로 해고 규모가 컸다. 경기 위축으로 유통·소비 분야의 타격이 컸음을 암시한다.
연말로 접어들며 해고 속도는 줄어들고 있다. 테크 업계의 감원은 지난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테크계 실직자는 직전인 지난해 1분기 9909명이었으나 2분기 3만 5257명으로 훌쩍 뛰었다. 이어 지난해 4분기 8만 4954명을 기록한 데 이어 올 1분기 16만 7409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 총감원보다 올 1분기 해고 인원이 더 많았던 셈이다. 이후 실직자는 올 2분기 4만 6383명, 3분기 2만 5535명으로 감소 추세다. 하지만 2021년 분기당 해고 규모가 수천 명 수준을 넘지 않았음을 감안할 때 아직도 테크 업계 전반에 ‘정리 해고 공포’가 지속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금리 인상이 중단 추세이고 경기회복 신호가 감지되지만 테크 업계의 내년 구직 시장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테크 업계의 총아인 AI가 일자리를 본격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탓이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보스턴컨설팅(BCG) 컨설턴트가 생성형 AI를 사용하며 작업한 결과물에 대한 평가가 AI 없이 홀로 작업한 것보다 40% 높았고 작업 속도 또한 20% 더 빨랐다는 연구 결과를 전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AI로 생산성이 늘어난 만큼 인건비를 줄이겠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평가다.
최근 구글이 광고 판매 부문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도 ‘AI발 대량 해고’ 우려를 키우고 있다. 구글은 매출 대부분이 광고에서 나오고, 광고 판매 부문은 총원 3만 명에 달하는 핵심 영업 부서다. 생성형 AI가 높은 효율을 보이며 필요 인력이 줄어들자 핵심 부문의 감원을 추진하는 것이다. AI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도입해온 빅테크 직원이 가장 빨리 AI에 대체당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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